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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우주군사화와 군산복합체에 맞서 싸우기 위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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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태 활동가·번역가]
이번 여름 생일을 맞아 사진전에 다녀왔다. 전시는 이미 작년 10월 4일에 시작했으나 전시 소식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되어 전시가 며칠 전에 늦게나마 다녀온 것이다. 며칠 후 펼쳐질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가자지구에서의 전면적 학살이 시작되기 불과 나흘 전 시작한 박노해 시인의 <올리브나무 아래> 사진전이었다. 2006~2008년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이 신성시하는 올리브나무들, 전쟁의 흔적으로 만들어진 스산한 풍광을 흑백 필름에 담은 이 전시의 사진들은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에 의해 자국 군인 2명이 납치되자 헤즈볼라를 소탕하겠다며 전쟁을 시작했다(2006년 레바논 전쟁). 박노해 시인은 이 소식을 듣고 카메라를 들고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일대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 후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느린걸음, 2007)라는 책을 통해 "헤즈볼라는 무장 테러리스트 단체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한국 사회에 던졌다. 영미권 관점으로 '살균된' 한국 공론장에는 그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도발적인 주장이었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34일간 헤즈볼라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특히 민간인에 대한 사용은 전쟁범죄로 간주되는 백린탄과 확산탄 피해는 심각했다. 백린탄(white phosphorus munitions)은 접촉물이 완전 연소할 때까지 타오르는 무기이므로 특히 치명적이며, 확산탄(cluster munitions)은 하나의 탄 안에 수백 개의 자탄(子彈, bomblet)을 탑재해 특정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초토화할 수 있는 위험한 무기다. 마지막 3일간의 확산탄 사용만으로도 불발탄으로 인해 레바논 남부 경작지의 26%가 오염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미 라오스 등에서 잘 알려진 것처럼 확산탄의 불발탄은 아주 오랜 기간 민간인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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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올리브나무 아래> 사진전 ⓒ 이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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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다시 한 번 본격화된 이스라엘의 광기와 야만은 그때 이후로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나 달라진 점도 있다. 하나는 그 사이 테크놀로지의 발전, 즉 휴대 촬영 기기의 대중화로 이들의 폭력이 좀 더 많은 전 세계 대중들에게 알려졌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폭력이 한층 더 잔혹해졌다는 것이다.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시민들이 지난 8월 25일 <우주산업-군사화-기후위기의 위협적 상관관계>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집담회를 진행했고, 또한 이 자리에서 나눈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10월 18일부터 사흘간 대전에 모여 <우주산업과 우주 군사화에 관한 전국 토론회>를 개최한다. 글의 서두에서 중동 얘기를 꺼낸 이유는 가자지구와 레바논이 집담회와 토론회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가장 적나라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이들이 우주산업과 우주군사화가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의 참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의아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래 내용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자 집단학살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공지능 기술

지난 집담회에서는 우주군사화의 본격적인 예시로 이번 가자 집단학살에서 활용된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소개됐다. 이미 1983년 우주국을 설립한 이스라엘은 1990년대 이후 정찰, 통신위성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현재 정찰, 첩보 용도로 사용되는 자체 군사위성만 12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든 첨단‧우주기술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공격에 동원된다.

가자학살이 본격화되기 약 9년 전인 2014년 9월 이미 이스라엘군 정보부대 예비역들은 감시와 살상에 사용되는 이스라엘의 정보기술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네타냐후 총리와 군 수뇌부에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는 군복무를 통해 정보활동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을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부분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배웠다. 군사통치 하의 팔레스타인 인민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의한 감시와 첩보활동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한편 가자학살이 본격화된 이후 밝혀진 사실들은 지난 1년간 어떻게 첨단기술로 인해 이전보다 더 급속한 인명피해, 특히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스라엘군은 감시기술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공격 목표물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프로그램인 '합소라'(히브리어로 '복음'이라는 의미로 '가스펠'이라고도 불림)와 하마스 요원 등으로 보이는 인물의 정보를 분석해 폭격리스트를 만드는 '라벤더'와 같은 AI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판단보다 압도적인 속도로 공격을 감행한다. AI는 인간이 1년 동안 선정할 수 있는 목표물 양의 2배를 하루 만에 생산해낸다. 여기에 더해 이스라엘군은 충격적이게도 AI 시스템상 의도적으로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주요 목표로 설정해 공격해왔는데, 민간인들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하마스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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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에 활용한 인공지능 시스템 ⓒ Euro-Med Mon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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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산업으로 바라보아야하는 우주산업

즉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더욱 잔혹한 학살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정찰‧감시기술이 있다. 그런데 이런 첨단기술은 로켓발사체 기술, 저궤도위성과 같이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을 통해 실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우주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로지 "미래 성장 동력",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만 존재한다. 또한 그런 관점에서 국가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 사회적으로 전쟁 무기 장사를 "K-방산"으로 부르며 경제적 관점으로만 접근하고 국가가 앞서서 무기산업을 지원하는 행태가 몇 년전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 영향력을 예측하기 어려운 우주산업 역시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은 특히나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 정부의 무기 수출액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2017~2021년 사이에만 무기 수출액이 177% 증가해 세계시장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한국은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고(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 SIPRI), "무기 산업 메이저리그"(미국 CNN)에 진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기 수출 산업을 경제성장을 위한 유망 산업으로 주목하며,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돌파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해 나갈 것"을 준비하고 있고(2022년 총액 기준 173억 달러). 또한 2022년에만 무기 수출을 통해 13만 개 일자리 창출, 46조 생산 유발 효과가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2023년 국방부 업무추진계획).

이런 인식은 심지어 '촛불정부'라고 자임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위의 언급한 무기 수출이 급증한 시기도 문재인 정부 시절과 정확히 일치한다.

신냉전으로 인한 지구적 생존위기를 경제적 도약을 위한 '기회'로 바라보고, "K-방산주의 고공행진"이라며 오히려 시민사회보다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무기산업에 대한 더 해박한 얘기가 오간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나 앨라배마 헌츠빌처럼 지역 경제가 철저하게 방위산업에 예속되어 시민사회가 군사화에 문제제기하지 못하는 '지역과 공동체의 식민화'가 곧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나 5G와 위성기술 등 우리의 일상에서 더욱 분리하기 어려운 우주기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일상을 더욱 위험하게 잠식할 수 있다. (우주군사화의 문제와 그로 인한 생태계 파괴, 지역과 공동체의 식민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연재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군산복합체에 대한 비판적 연구의 필요성

한편 사회학을 공부한 나의 입장에서는 사회학 및 사회과학계의 무기산업과 군산복합체에 대한 침묵이 심각하게 다가온다. 근대 분과 학문으로서 사회학은 국민국가의 전쟁과 군대가 폭력적인 국가만들기(state-making)를 담당하는 근대성의 기초이자 근대성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군사주의와 전쟁은 자본주의적 근대 세계체제와 이를 구획하는 근대적 상상계가 그 힘을 지속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도 사회학에서 군대와 무기산업, 전쟁에 대한 연구가 주변화("inattention to war and the military") 돼왔다.

한국의 학계에서도 이 점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크게 보자면 평화연구의 맥락에서 평화운동에 대한 연구나 에코페미니즘 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한국의 군사주의적 근대성을 살펴보는 연구는 계속 이어졌다. 또한 전통적으로 한국전쟁에 대한 다양한 연구 전통도 이어졌다. 분명히 이런 모든 분야의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고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겠지만, 한국 학계에서 군산복합체와 무기산업에 대한 연구는 (특히 최근 2000년대 이후에는) 거의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내가 이 주제에 막연하게나마 관심을 가진 몇 년 전부터 주변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얘기가 여전히 한국사회학계에서 무기산업과 군산복합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는 무려 1996년에 나온 <군신과 현대사회>(김진균·홍성태)가 가장 최근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책 서문에서 고(故) 김진균 교수는 1994년 처음 군수산업 연구팀을 결성한 것에 대해 "사회학 전공자가 연구진을 구성해서 군수산업을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라고 적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연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돼버렸다(그런 의미에서 학술지 <경제와사회>에 올해 이와 관련한 논문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은 20세기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무기산업과 군산복합체에 대한 분석에서 우주적 차원의 전략방위주도권(SDI) 등 정보통신기술의 중요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사실 1990년 걸프전을 통해 우주전이 본격화됐다고 회자되듯이 당시에도 현대 전쟁의 본질은 정보통신과 우주산업 분야라는 것을 꿰뚫은 것이다.

이미 그 문제의식이 제출된 지 거의 30년이 됐지만 위의 책이 시대를 앞서 제시한 안목으로 무기산업과 군산복합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거기에 더해 각자의 자리에서 무기산업과 군산복합체의 문제, 그리고 우주군사화의 문제까지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함께 시민감시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작을 위한 시작: 전국 토론회

지난 온라인 집담회는 10월 18일부터 진행될 우주군사화 토론회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사전행사 같은 의도로 기획됐다. 자본과 국가는 우주를 식민화의 대상으로서만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이 공유되었다. <우주산업과 우주 군사화에 관한 전국 토론회>라는 이름으로 대전에서 열릴 토론회에서는 3일간 훨씬 심화된 얘기들을 나눌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일상에 너무 가까이 다가왔는데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이런 기술의 발전을 비판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소위 이중용도 기술 문제), 정부가 지역 발전과 미래 먹거리라는 명목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전(연구)-전남(발사체)-경남(위성)의 우주산업 삼각 클러스터의 현황과 실질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또한 제주, 군산, 부산 가덕도 등 군사공항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각 지역 신공항 등 지역을 둘러싼 투쟁의 이야기까지. 여기에 더해 인근 무기공장에 대한 현장 방문으로 무기산업의 위협성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우주군사화와 관련해 기획된 첫 토론회인 만큼 많은 문제의식과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우리의 토론회가 어떠한 결론으로 어떤 향후계획을 도출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태다. 일단 나부터 이런 행사기획이 처음이고 함께 힘을 보태고 있는 이들도 각자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분단체제로 인해 강고한 군사주의가 존재하는 한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상대의 기술개발과 무장에 대비해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대응할지, 군산복합체에 더해 정부‧학계‧언론까지 한목소리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추켜세우는 우주산업의 위험성을 설득력있게 제시할 수 있을지 처음부터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 과정을 이 글을 읽고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토론회에 참가할 수 있다.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

<우주산업과 우주 군사화에 관한 전국 토론회> 참가 신청서: https://bit.ly/우주군사화토론회
<토론회> 공동주최 단체 신청서: https://bit.ly/우주군사화토론회단체

글쓴이 이준태 : 사회학을 공부하고, 고등학교 영어교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녹색당 전국사무처 활동가 등을 거쳤다.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오월의책, 2023)를 번역했고, 현재 하마스에 대한 책을 번역하고 있다.

<도움 받은 자료>
김진균·홍성태. 1996. <군신과 현대사회: 현대 군사화의 논리와 군수산업에 관한 연구>. 문화과학사.
서재정. "무자비한 인공지능, 팔레스타인 민간인 겨누다". <한겨레> 2023년 12월 10일. (https://www.hani.co.kr/arti/PRINT/1119739.html)
정영신·김민환. 2024. "군사주의 비판과 평화운동: 김진균 이후의 평화연구와 평화운동". <경제와사회> 142.
홍성태. 2024. "군신과 평화: 김진균의 군사·평화 연구". <경제와사회> 143.
West, B. and Matthewman, S. 2016. "Towards a strong program in the sociology of war, the military and civil society". Journal of Sociology 52(3).
Yuval Abraham. "'Lavender': The AI machine directing Israel's bombing spree in Gaza". +972 Magazine. April 3, 2024. (https://www.972mag.com/lavender-ai-israeli-army-gaza/)
Yuval Abraham. "'A mass assassination factory': Inside Israel's calculated bombing of Gaza". +972 Magazine. November 30, 2023. (https://www.972mag.com/mass-assassination-factory-israel-calculated-bombing-gaza/)

[이준태 활동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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