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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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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기지 상공 17일간 휘저은 ‘미스터리 드론’… 배후-목적 불명, 백악관도 손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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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7월 11일 미국 뉴욕의 한 해변에서 날고 있는 순찰용 드론(무인기).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총 17일간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들이 미국의 주요 군사 안보 시설을 휘저었다고 보도했다. 뉴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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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미국 군사 기지 상공에 정체불명의 ‘무인기(드론) 부대’가 나타나 17일이나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결국 드론이 사라질 때까지 특별한 대처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12대가 밤마다 군기지 비행… “펜타곤 난감”

WSJ은 정부 당국자와 소식통 20여 명, 경찰 기록 등을 종합해 적어도 12대 이상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드론’이 지난해 12월 6일부터 23일까지 미군 기지 상공을 비행했다고 전했다. 드론이 처음 목격된 곳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 등 국가안보 시설이 밀집된 버지니아주(州) 랭글리였다.

마크 켈리 당시 공군 대장은 해 질 무렵 6m 정도 길이의 첫 번째 드론이 나타나 약 1000m 안팎의 고도에서 시속 160km 이상으로 날았다고 추정했다. 이어 몇 대의 다른 드론들이 잔디깎이 같은 소리를 내며 버지니아주 노퍽을 향해 비행했다. 노퍽에는 해군 특수부대 ‘실팀 6’ 기지와 세계 최대 군항인 노퍽해군 기지가 있다.

이 사건은 국방부는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방부,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미확인비행물체(UFO) 사무소 등 관계자들은 2주간 머리를 맞대고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미연방법은 피해나 위협이 임박하지 않았다면 군사 기지 인근에서 드론을 격추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다.

해안경비대가 하늘로 그물을 쏘아 올려 드론을 잡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경비대에는 무기 사용 권한이 없었다. 결국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선이 드론 감시에 착수했지만, 이 역시 별 효과가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군 레이더 시스템은 새 정도 크기의 비행물은 무시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소규모 드론을 놓치기 쉬웠다. 켈리 전 대장은 “미 국방부(펜타곤)가 이 일로 난감해했다”고 말했다.

中유학생 한 명 체포했을 뿐… 나머지 ‘배후’들은 미지수

미 안보 당국은 안 그래도 드론의 영공 침입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은 현대전에서 감시 장비나 폭발물, 치명적인 화학 물질을 값싸고 빠르게 운반할 수 있는 도구로 활약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도 드론 5대가 네바다에서 핵실험에 사용되는 정부 시설 위를 날다가 적발됐지만, 당국은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들은 이번에도 ‘미스터리 드론’들을 누가 왜 날렸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WSJ은 전했다. 다만 사건 발생 다음 달인 1월 6일 핵잠수함을 만드는 방산업체 HII가 운영하는 조선소 인근에서 드론 한 대가 발견되면서 일부 의문은 풀리기 시작했다. 해당 드론의 메모리카드에선 부두 내 건조 중인 해군 함선 사진이 여러 장 발견됐다.

드론의 주인으로 지목된 중국 국적 미네소타대 유학생 쉬펑원은 그달 18일 중국행 항공기를 타려다 체포됐다. 그는 해당 드론을 코스트코에서 구매했다며 “선박에 관심이 많아 재미로 날렸다”고 해명했다. 결국 기밀 해군 시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징역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쉬펑원이 중국 정부와 연결돼 있다는 근거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다. 랭글리에서 발견된 드론 무리의 정체와 비행 목적도 아직 불분명하다. WSJ은 이달에도 로스앤젤레스 북쪽 에드워즈 공군 기지 인근에서 또 다른 정체불명의 드론 무리가 또다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의 톰 카라코 수석 연구원은 “이건 내일이 아니라 당장 오늘, 저 멀리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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