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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머스크는 왜 ‘기대 이하’ 사이버캡 발표를 서둘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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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서 오랫동안 예고했던 완전자율차량인 로보택시 사이버캡을 발표한 뒤 청중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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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자율적 미래(The autonomous future)가 도래했습니다. 오늘 밤 이곳에는 50대의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 있습니다. 운전자는 없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버뱅크에 있는 워너브러더스 영화 촬영 스튜디오에서 열린 ‘위, 로봇’(We, Robot) 행사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자율주행 로보택시의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사이버캡’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대와 가·감속 페달이 아예 없는 것이다 (…) 테슬라가 직접 로보택시를 운영할 뿐 아니라, 개인 테슬라 차량 소유주도 자기 차를 로보택시로 등록해 여객용으로 쓸 수 있게 한다는 게 머스크의 구상이다. (…) 당장 내년부터 미국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게 머스크의 구상이다. 머스크는 “감독이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FSD) 기술을 모델3와 모델와이(Y)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감독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로보택시 사업의 시작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일 걸로 전망된다. 로보택시 전용 차량인 사이버캡 양산은 2026년 중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가격대는 3만달러(약 4천만원) 이내로 저렴하게 책정했다.(한겨레 10월12일 보도)





Q. 와우, 일론 머스크가 또 일내는 거야? 온라인 결제, 전기차, 민간 우주선에 이어 완전자율차량도 머스크가 해내는 거야?





A. 음…그런데 반응이 시원치 않네. 완전 자율주행 차량인 로보택시 ‘사이버캡’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고, 장밋빛 전망뿐이라는 게 투자자와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네. 테슬라 주가는 시제품 발표 다음 날인 11일 무려 8.78%나 폭락해 217.80달러로 마감했어. 이 때문에 테슬라 시가총액(시총)은 6957억달러(약 940조2385억원)나 감소했고, 시총 순위 10위도 내주었어. 로스캐피털과 에이치에스비시(HSBC)는 테슬라 목표가를 각각 85달러와 124달러로 유지했는데, 현재 주가 대비 각각 156%, 76% 급락할 수 있다는 의미야.





테슬라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시작되던 2020년 3월에 약 28달러였어. 코로나 호황 장세가 펼쳐지면서 2021년 11월5일 407달러로 1년8개월여 동안 무려 14배 이상이나 올랐지.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호가 됐고, 테슬라는 애플 등을 제치고 시총 1위를 넘보기도 했지. 하지만 그 이후 중국 전기차의 약진과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어. 2023년 1월에는 100달러 초반으로 떨어져, 거의 4분의 1토막이 났어. 머스크와 테슬라 신화는 그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지.





그러다 지난 4월5일 머스크가 이번에 발표한 로보택시로 사업의 중심을 옮기겠다고 발표한 이후 기대감으로 주가는 다시 45%나 상승했어. 지난 9월말 260달러를 넘어가며, 시총 9위를 회복했지. 하지만 그 이후 공개된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주가가 하락하다가, 이번에 로보택시 발표로 결정타를 맞은 거지.





Q. 왜 시장은 머스크의 자율주행차량에 그렇게 싸늘한 반응이야?





A. 머스크가 10일 발표한 것은 두 가지였어. 사이버캡이라는 소형 로보택시, 20인승 대형 자율차량인 로보밴, 여기에 더해 인간 모습을 한 로봇인 휴머노이드인 옵티머스 로봇의 쇼였지. 여기서 핵심은 사이버캡이었어. 로보밴도 깜짝 발표됐는데, 모델 발표 외에는 구체 안이 없었어.





이날 사이버캡의 핵심은 문이 2개인 2인승이고, 완전 자율주행 차량이고 3만달러 이하로 생산해 2026년부터 상용화한다는 거야. 문제는 이런 상용화 일정을 이룰 구체안이 없다는 거지. 문 2개 2인승 사이버캡이 시장성 있는지도 의심받고 있어.





테슬라는 애초 중국의 가성비 좋은 전기차에 맞서서, 2만5천달러 이하 저가 전기차 양산을 주요 목표로 채택했고, 시장은 이를 기대하고 있었어. 그런데, 머스크가 지난 4월에 이런 저가 전기차 계획을 포기하고는 자율주행 차량으로 사업 초점을 옮긴 거야. 테슬라의 사이버캡 발표는 한 차례 늦춰졌는데, 이번 발표에도 구체 안이 없었던 거지.





Q.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야? 기술력? 비용? 규제?





A. 이미 시장에는 구글의 웨이모라는 자율주행 차량 등이 시범 운행 중인데, 테슬라는 저비용 기술을 이용해 경쟁자들을 앞지르겠다는 전략을 표방했어.





웨이모 등 선발주자 자율주행 차량들은 레이더 및 라이다(LIDAR·레이저를 쏘아서 물체에 반사해서, 주변의 물체를 파악하는 장치)를 사용해 자율주행하는 방식이야. 테슬라는 레이더와 라이다보다는 값싼 카메라에만 의지하겠다는 거야. 테슬라는 이미 출시한 수백만대 차량이 수집한 데이터로 훈련시킨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자율주행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야. 하지만 테슬라의 인공지능 기술력이 선발주자들에 비해 앞서지 않는 데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한계가 많아.





뉴욕의 카르도조 법과대학원의 매튜 원슬리 교수는 로이터 통신에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는 웨이모에 비해 몇년이나 뒤졌고, 이는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번쩍이는 차량 디자인만으로 그런 것을 바꿀 수 없다”고 평가했어. 리서치 회사인 포레스터의 폴 밀러 연구원은 비비시(BBC)와 회견에서 “테슬라가 제시한 일정 내에 그 가격으로 새 차량을 출시하기는 극히 힘들다”며 “외부 보조가 없거나 손해를 보지 않고서는, 10년 이내에 그 가격으로 어떤 것도 출시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어.





문 2개에 2인승이라는 차량 형태도 시장성이 의심되지. 문 2개 승용차는 미국에서 승용차 판매량 중 2%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성이 협소해. 4명 정도가 타고, 짐을 실을 수 있는 전형적인 승용차와는 거리가 멀지. 시장에서는 도대체 머스크와 테슬라가 왜 문 2개 2인승 차량을 내놓았는지 의아해하고 있어.



한겨레

일론 머스크가 지난 10월5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 버틀러팜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유세에서 펄쩍 뛰며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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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머스크는 구체안도 없이 왜 사이버캡을 발표한 거야?





A. 그러게, 시장에서도 의아해하는 점이지. 이와 관련해서는 머스크가 그동안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사업 추진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사업 영역을 개척해 온 궤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네.





일단 목표를 설정하고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거지. 테슬라에 투자하고 있는 ‘에이알케이(ARK) 투자관리’의 투자분석가 타샤 키니는 로이터에 내년까지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완전자율 운전시스템을 제시하겠다는 머스크의 일정에 고무됐다며 “만약 그들이 그걸 할 수 있다면, 로보택시 서비스를 곧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평가했어.





하지만 머스크가 궁지에 몰린 자신의 사업을 놓고 과감한 도박을 벌인다는 지적도 있어. 최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정치적 행보와 관련 있다는 거지. 트럼프가 당선되면, 이를 계기로 자율주행 규제 등을 돌파하기 위해 미리 사업 일정을 질렀다는 거지. 머스크가 내년까지 자율주행 차량을 일정대로 현실화하는 데는 당국의 규제가 최대 장애야. 트럼프가 당선되면, 특유의 돌파력으로 규제를 넘어서는데 혜택을 보기 위해 미리 일정을 발표했다는 분석이야.





Q. 머스크는 애초 트럼프와는 사이가 안 좋은 것 아니었어? 최근 머스크가 트럼프 유세장에서 펄쩍 뛰는 등 춤을 추는 등 트럼프 ‘치어 리더’가 된 배경은 뭐야?





A.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는 2002년에 미국 시민이 된 이후로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다고 밝혔어. 트럼프도 2016년 대선에 출마한 이후 전기차와 전기차 보조금을 반대했어. 전기차가 미국 국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키고, 노동자 일자리를 없앤다는 주장이지. 두 사람이 친할 이유가 없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두 사람은 갑자기 가까워지기 시작했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노조 정책을 펼쳤지. 머스크는 자신의 테슬라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데 반대해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벌였어. 이 때문에, 머스크는 2021년 백악관 전기차 정상회의에 초청받지도 못했어. 또,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에 관한 주장 등을 놓고 연방정부의 많은 조사를 받았어. 머스크는 2023년 11월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바이든을 다시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트럼프를 지지할지는 “확실히 어려운 선택”이라고 말했어. 사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해 엑스로 개명하고 경영하면서부터 우파적인 견해를 노골적으로 표명하며 논란을 불러왔어. 엑스에서 금지당한 트럼프의 계정을 복원시켜준 머스크는 지난 3월에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 그를 만났고, 몇 개월 뒤에는 “반바이든” 저녁 파티를 열기까지 했지. 트럼프의 선거운동 단체에 한 달에 4500만달러씩 기부하겠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머스크는 과장된 액수라고 일부 부인은 했어.





머스크는 지난 7월 트럼프 암살미수 사건 직후에 엑스에 “트럼프 대통령을 완전히 지지하고,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어. 트럼프는 젊은층에 인기 있는 머스크의 지지가 백만대군 원군 같았어. 트럼프는 지난 9월5일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연방정부 전체의 완전한 재정 및 업적을 감사하고, 과감한 개혁을 권고하는” 새로운 효율화위원회를 이끌 사람으로 머스크를 초청하겠다고 밝혔어. 이에 머스크도 “기회가 생긴다면 미국에 봉사할 것을 기대한다”며 “어떠한 급료, 직책, 명예도 필요 없다”고 화답했지.





트럼프가 머스크에 제안한 자리가 뭐라고? 규제 철폐가 주목적인 위원회야. 머스크가 하는 사업은 정부의 지원이나 규제 완화가 필수적인 첨단사업들이야. 그런데, 그런 첨단사업의 경영주에게 정부의 규제철폐 기구를 맡긴다는 거야. 트럼프와 머스크의 브로맨스가 어디까지 가고, 머스크가 과감하게 질러댄 자율주행차량 일정이 정말 실현되는지 두고 보자고.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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