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5 (화)

화장품·삼겹살·정자 키트까지…이런 편의점은 없었다 [스페셜리포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동대문구 복합쇼핑몰 ‘던던(옛 롯데피트인)’ 지하 1층에 새로 문을 연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은 80평 규모를 자랑하는 ‘뷰티·패션 특화 편의점’이다. (윤관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9월 30일, 서울 동대문구 복합쇼핑몰 ‘던던(옛 롯데피트인)’ 지하 1층에 새로 문을 연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을 찾았다. 동대문던던점은 80평 규모를 자랑하는 ‘뷰티·패션 특화 편의점’이다. 전에 없던 남다른 콘셉트 덕에 9월 27일 오픈 전부터 이미 업계 관계자 이목을 집중시킨 매장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반기는 건 ‘패션·뷰티존’이다. 옷과 화장품을 전면에 내세운, 기존 편의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콘셉트다. 패션·뷰티존에는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뭉’과 협업한 후드티와 양말, 마녀공장·메디힐 등 K뷰티 인디 브랜드 제품이 배치돼 있다. 매장 한편에 마련된 ‘K푸드존’에서는 라면·붕어빵 등 간식을 먹고 있는 외국인이 여럿이다. 이날 만난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 직원은 “매장 개점 이후 외국인 손님이 전체 방문객 60% 이상이다. K푸드는 물론 마스크팩, 스킨 등 소용량 뷰티 제품을 많이 사 간다”고 들려줬다. 매장에서 만난 20대 김 모 씨는 “편의점에서 흔히 파는 식품뿐 아니라 다양한 패션·뷰티 제품까지 구경할 수 있어 새롭다”며 “편의점이 아니라 마트에 온 느낌”이라고 전했다.

이제는 정말 ‘다 판다’고 봐도 무방하다. 편의점이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허브’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기존 주력이었던 간편식품을 넘어 신선식품·주류·베이커리, 최근에는 뷰티·패션에 이르기까지 취급 제품군을 빠르게 넓혀가면서다. 과거에는 마트나 뷰티 전문점, 주류 매장·빵집·카페에 가야 구입할 수 있던 제품을, 요즘은 편의점에서 한 번에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점차 대형화되고 있는 최근 편의점 트렌드도 취급 품목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그야말로 ‘만물상’이 된 모습이다.

편의점이 카테고리를 확장해가면서, 업종을 불문하고 국내 오프라인 소매 채널에 편의점은 최대 경쟁자로 떠올랐다. 반대로 제품을 판매하고 싶은 다양한 기업이나 브랜드에는 고객 접점을 대폭 늘릴 수 있는 신규 채널로 각광받는다.

백화점 추격하는 ‘만물상 편의점’

전국 5만개 점포…“가깝고 저렴해”

최근 들어 편의점은 기존에 잘 취급하지 않던 제품군까지 판매 범위를 빠르게 확장해가고 있다.

‘뷰티’가 대표적이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이른바 ‘편의점 빅4’는 너 나 할 것 없이 뷰티 제품 확장에 나섰다. 4사 모두 전년 대비 화장품 매출이 20% 이상 급증하는 등 분명한 소비자 수요도 확인했다. 과거에는 클렌징 티슈나 스킨·로션, 방한용 립케어 등 급하게 필요한 여행용 화장품 수요가 컸지만 최근에는 마스크팩·수분 크림 등 매출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일상에서 쓰는 화장품을 이제는 편의점에서 구입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편의점 뷰티 차별화 전략은 명확하다. ‘소용량’과 ‘초저가’다. 기존 뷰티 매장에서 판매하던 동일 상품 대비, 양은 줄이고 가격을 내리는 방식이다. 저렴한 가격에, 여러 제품을 써보고 싶은 수요를 정조준했다. 소비 특성상, 평소 편의점을 자주 드나드는 1인 가구와 1020세대가 편의점 쇼핑 중 ‘추가 구매’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기왕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김에, 초저가 화장품까지 골라 잡는 모습이다.

뷰티뿐 아니다. 여타 카테고리에서도 편의점의 ‘소용량 초저가’ 전략은 유효하다. 소포장 과일·채소, 소용량 와인·위스키, 초저가 커피, 한입 피자 등이다. 편의점 CU 관계자는 “편의점 최대 장점은 점포 접근성이다. 국내 5만개가 넘는 점포가 깔려 있는 데다 방문 횟수도 잦다”며 “빠르고 간편하다는 편의점 고유의 장점은 뷰티 같은 다른 카테고리에도 모두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 대세 채널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들어 편의점은 부동의 매출 1위 채널이었던 백화점을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유통업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편의점은 전체 16%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여전히 백화점(16.8%)이었지만 2위 편의점과 격차가 0.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지난해 상반기(1%포인트)와 비교하면 차이가 계속 줄어드는 모양새다. 대형마트는 편의점에 밀렸다. 올해 상반기 매출 비중은 11.3%로, 2021년 편의점에 2위 자리를 내준 이후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편의점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지만 대형마트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명품 등 백화점 성장동력이 예전만 못하다. 대형마트 역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커머스와 편의점에 장보기 수요를 뺏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백화점과 대형마트 신규 출점이 없다시피 한 현재 상황 역시 ‘편의점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현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조만간 편의점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품군이 계속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상품을 꾸준히 내놓는 등 제품력과 바이럴 마케팅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제맥주부터 캐릭터 협업 상품, 크림빵 열풍과 최근 두바이초콜릿에 이르기까지 편의점업계가 한발 앞서 유통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색 상품으로 끌어들인 고객을, 뷰티 등 다양한 제품 구매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면 막대한 시너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