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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단독] 박근혜 시절 ‘등급보류’ 이후 처음…안창호 인권위 ‘A등급’ 상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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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인권위 제18차 전원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안창호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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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신임 위원장 취임 한 달을 조금 넘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SCA)로부터 특별심사와 관련해 해명서 제출을 요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가 해명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특별심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간리가 요청한 답변 항목엔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과 정교분리 훼손 가능성 등 안 위원장이 직접 해명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사무국의 나현필(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씨는 14일 한겨레에 “간리 승인소위의 실무를 담당하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로부터 ‘인권위가 22일까지 해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도 “간리로부터 최근 서한을 받았고, 22일까지 제출할 해명서를 현재 작성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1일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에 속한 20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간리에 서한을 보내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위원들이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리는 가운데 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직원들을 협박하여 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인권 침해 조사 등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해왔다”며 특별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간리는 세계 118개국의 국가인권기구가 참여하는 국제기구로, 파리 원칙 준수를 기준으로 각 나라 인권위를 에이 등급과 비 등급으로 구분한다. 간리는 승인소위(SCA)를 통해 5년에 한 번 회원 국가인권기구에 대한 정기심사를 하는데, 다음번 정기심사는 2026년이다. 하지만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 인권위를 특별심사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간리가 한국 인권위에 해명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우리나라 인권위는 출범 이후 지속해서 에이(A) 등급을 획득해왔지만, 현병철 위원장 시절(2009~2015)에 발생한 인권위 독립성 침해 등으로 인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승인소위 심사에서 3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심사에서 에이 등급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회의 참석과 지역대표 선출권한 등을 포함한 여러 제약을 받는다.



간리 승인소위가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요청을 받아 해명을 요구한 주요 쟁점은 △인권옹호자 탄압-인권시민사회단체 탄압 및 직원 겁박 △일부 위원들의 전원위 보이콧 등에 따른 인권위 업무 방기 △정치적·종교적 신념, 논의의 폐쇄성 추구로 인한 인권위 신뢰 및 독립성 훼손 우려 △사회적 약자, 소수자 보호 노력에 대한 역행 등이다.



한겨레

인권위 제18차 전원위원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전원위원회실에서 안창호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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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해명서를 제출하려면 특별심사 요청서에 언급된 내부 인사들의 답변을 먼저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 관계돼 있다. ‘인권옹호자 탄압’ 항목에는 직원에 대한 김용원 위원의 부적절한 지시나 이충상 위원의 채용예정자 개인정보 공개 및 비하 발언이 포함돼 있으며,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항목에는 안창호 위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발언이 적혀있다.



시민사회단체가 표명한 안 위원장에 대한 우려는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다가, ‘윤석열차’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표현의 침해 여부를 답변하지 않았다”거나 “대 정부 독립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된 전원위원회 비공개 전환과 “위원 3명 중 1명만 반대해도 안건을 기각한다”는 소위 의결방식 변경 안건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인권위가 효과적으로 대응해 충실한 해명서를 내면 간리 승인소위의 특별심사 절차가 종료되지만, 추가해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받을 경우엔 내년 상반기에 특별심사 절차가 진행된다. 간리 승인소위의 더욱 세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등급보류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권력기관의 인권상황을 감시해야 할 인권위가 도리어 내부 직원에 대한 반인권적 발언 논란, 회의 비공개로 인한 투명성 저하 등으로 국제인권기구의 특별심사를 우려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 같아 유감스럽다”며 “등급 하락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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