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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韓경제 더욱 개방적이고 유연해야”…‘기업가 정신’ 강조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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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자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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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인 제도를 구축할 때 더욱 견고하고 강력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이룬 한국의 사례는 세계 각국이 지향해야 할 방향입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명인 사이먼 존슨(61)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은 포용적 제도에 기반해 괄목할 만한 경제 성과를 이룬 훌륭한 모범 사례”라며 이렇게 말했다.

존슨 교수와 다론 아제모을루(57) MIT 경제학과 교수, 제임스 로빈슨(64)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3명은 국가 번영에 사회 제도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공로로 이날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를 가르는 열쇠가 ‘사회 제도’라는 점에 주목하고, 특히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다. 그 반대 개념으로 소수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를 제시했다. 같은 민족ㆍ지리적 조건을 가졌지만 한국은 포용적 제도를, 북한은 착취적 제도를 구축하면서 결과가 달라졌다는 점이 그들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존슨 교수는 인터뷰에서 “1960년 가난했던 다른 많은 나라들에 비해 한국이 이룬 성취는 상당히 놀랍고 매우 인상적”이라며 “분명한 것은 한국의 성공은 포용적 제도에 기반한 매우 중요한 성공 사례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풀어야 할 중장기적 과제로 “저출산 고령화가 낳을 인구 문제”를 지적했다. 또 “이미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고 더욱 번영하려면 매우 개방적이고 유연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K팝, K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글로벌 전면에 부상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한국의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성공적인 경제 활동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본다. 다만 문화 예술뿐만 아니라 기업의 영역에서도 폭넓은 동기 부여와 혁신의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수상자 셋 중 존슨 교수는 특히 한국과 가까운 ‘지한파’ 인사다. 부인이 한국계이며 1997~1998년 한국에서 근무한 적 있고 한국 관련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하는 등 인연이 깊다. 존슨 교수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관련해 “잘 알고 있다. 소설을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나면 꼭 읽어보고 싶다”며 “아주 아주 아주 흥미로워(very, very, very interesting)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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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가 화면에 비춰지고 있다. 화면 왼쪽부터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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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의 경제 발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A : “우리는 국가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사회 제도를 주목하고, 다수 대중의 재산권을 보장하며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제도를 ‘포용적 제도’, 소수에게만 권력과 재산이 집중되는 비민주적 형태를 ‘착취적 제도’로 구분했다. 한국은 포용적 제도에 기반해 엄청난 경제 성장을 구가한 매우 중요한 연구 사례다.”

Q : 한국의 성공에서 포용적 제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A : “민주주의의 안착이다. 한국은 지금의 민주주의를 위해 수십 년 동안 투쟁해 왔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상당히 견고하고 강력한 민주주의를 구축한 것으로 안다.”

Q : 북한은 어떤가.

A : “한국전쟁 이전에는 많은 산업 기반시설이 북쪽에 있었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과는 정반대로 소수가 모든 권력과 경제적 기회를 가진 극도의 전체주의 국가 제도를 채택했다. 한국과 북한은 같은 민족에 같은 지리적 조건과 문화를 가졌지만 서로 다른 제도를 구축한 결과 지금은 경제 격차가 10배 이상 벌어지고 말았다.”

Q : 한국이 겪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A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한국 경제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매우 특별한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술 지팡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한국이 그간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 또한 잘 해결할 거라고 본다.”

Q :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는 국제 정세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한국 경제에 조언하고 싶은 점은 뭔가.

A : “기업가 정신이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 한국은 소수의 대기업 위주로 수출 지향적 경제를 이끌어 왔는데 단기간의 압축 성장에 효율적인 방식이었지만 공정한 경쟁이 희생되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경쟁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이미 괄목할 성과를 거뒀지만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고 더욱 번영하려면 매우 개방적이어야 한다. 전 세계와 소통해야 하고, 유연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고 싶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Q :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큰 우려가 된다고 했다.

A : “지성 민주주의(intellectual democracy)에서 게임의 규칙을 존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적 사례를 보면 민주주의와 선거 방식에 도전했던 권력자들은 결과적으로 국가와 시스템을 훼손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명백히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선동한 것은 절대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다. 그는 이미 민주주의를 훼손한 커다란 책임이 있는데, 문제는 앞으로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일이다.”

Q :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들었다.

A : “아내의 부모님이 한국에서 태어나신 분이다. 제 작업의 상당 부분이 최근 수십 년 간 발전한 국가와 그 나라가 쓴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이 지난 수십 년 간 이룬 성과에 매우 관심이 많았다. 제가 직접 연구를 하거나 한국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도운 적이 많았다. 한국 음식도 굉장히 잘 먹는데, 비빔밥을 가장 좋아한다.”

Q :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도 알고 있나.

A : “물론이다. 아직 그녀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시간이 나면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 아주 아주 아주 흥미로워 보인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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