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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비만치료제 ‘위고비’ 국내 출시 첫날··· 과연 꿈의 치료제이기만 할까[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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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5일 국내 출시된 비만 치료제 위고비. 노보노디스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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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약해도 가장 빨리 진료받을 수 있는 날짜가 11월1일이에요. 예약금 5만원 이체해주시면 진료 날짜 잡아드리고, 예약만 확정되면 100% 처방받을 수 있어요.”

해외 유명인사들의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가 15일 국내 출시되면서 일선 병·의원에선 이미 다음달까지 진료 예약이 밀릴 정도로 높은 관심이 쏠렸다.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경기 안양시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은 출시 전부터 진행해온 사전예약 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가격은 주 1회 투약하는 주사기 1개당 약 37만원이지만, 이 의원에선 사전예약을 했을 때 이벤트가격으로 4회분을 약 72만원에 처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몰려드는 예약 때문에 예정된 날짜에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병원 관계자는 “우리도 오늘부터 주문에 들어갔기 때문에 약 입고 일자는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고비는 펜 모양으로 된 주사기를 환자가 스스로 몸에 꽂는 방식으로 약을 투여한다. 앞서 나온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비슷한 방식이다. 현재까지 출시된 비만치료제 중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지만 그만큼 오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위고비에 대한 의문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위고비가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이렇게 인기인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다. 식사 후 소화 과정에서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GLP-1)과 비슷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출시된 같은 성분의 당뇨 치료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투약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면서 식욕은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자연히 섭취하는 식사량이 줄어 체중이 감소하게 하는 원리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 등이 이 약으로 체중을 줄였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기존의 비만치료제나 다이어트 보조제와는 무엇이 다른가.

“시중에 판매중인 다양한 보조제와 달리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질병인 비만을 치료하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돼 국내에서도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같은 GLP-1 계열 약제 가운데 2018년 국내 출시된 삭센다는 매일 투여해 56주 기준 평균 7.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 반면, 위고비는 주 1회씩 68주 투여 기준 평균 14.8% 감량하는 효과가 확인돼 효능·편의성 면에서 개선됐다고 제약사 측은 밝혔다.”

-가격은 높고 효과를 보려면 지속적으로 투약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위고비는 성분 용량에 따라 0.25㎎, 0.5㎎, 1㎎, 1.7㎎, 2.4㎎ 등 5종으로 구성돼 있다. 첫달에는 가장 낮은 용량인 0.25㎎ 주사 1개로 주 1회씩 1달 동안 투여한다. 다음달부터는 같은 방식으로 0.5㎎ 주사를 한달에 4회 맞으면서 용량을 차차 올려 16주가 지난 뒤에는 2.4㎎ 주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단계적 증량을 거쳐 2.4㎎까지 용량을 늘린 뒤엔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 2.4㎎ 주사를 계속해서 주 1회 맞아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약품이고, 1달 동안 쓰는 주사기 1개당 공급가가 37만2025원이라 일선 병·의원에선 그보다 높은 가격에 처방할 것으로 보인다.”

-처방 받기 위한 기준이 있나.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체질량지수가 27㎏/㎡ 이상인 과체중이면서 고혈압 등 체중 관련 질환을 1개 이상 동반하고 있는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다만 삭센다의 선례에서도 보듯 비만 환자가 아닌데도 쉽게 처방을 받아 투약하는 오남용 사례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부작용은 없는지.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탈수로 인한 신기능 악화나 급성췌장염 등도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약이든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 또한 나타나지만 특히 오남용했을 때 위험이 높아지므로 정확한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밖에 주의해야 할 점은.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됐지만 투약을 중단하면 다른 다이어트 방법처럼 이른바 ‘요요현상’이 올 수 있다. 위고비가 식욕을 줄여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지만 약을 끊으면 식욕 역시 다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줄어든 체중을 유지하려면 감소한 식사량을 유지하면서 운동과 생활습관, 관련 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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