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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사설] 경의·동해선 도로까지 폭파한 북한, 어디까지 가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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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이 15일 동해선과 경의선의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응 차원에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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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국가론’ 따라 2003년의 남북 연결도로 일부 파괴





철저한 도발 대비와 신중한 메시지 관리 병행해야



북한이 어제 남북을 잇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어제 낮 12시쯤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제진 인근의 휴전선 북쪽에서 각각 폭약을 동원해 남북 연결도로 폭파에 나섰다. 우리 측에 피해는 없었지만 군이 대응 사격을 실시하며 남북 군사적 충돌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건설 비용 1억3290만 달러(약 1811억원)를 전부 남측이 부담해 2003년 완공된 이 도로는 한때 개성공단과 금강산 육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며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북한이 어제 이 도로를 폭파함에 따라 옥동자는 사생아가 될 위기에 처했다. 김일성·김정일이 70년 넘게 “통일은 애국, 분단은 매국”이라며 내세웠던 ‘통일과업’을 북한 스스로가 부정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북한의 도로 폭파는 이미 예상됐고, 우리 군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며 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국가론’ 제시 이후 휴전선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고 방벽을 쌓아 왔다. 지난 9일엔 북한군 총참모부가 휴전선 일대를 요새화하고 남북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주장도 했다. 북한이 이 시점에 이 같은 ‘상징적 행동’에 나선 건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2국가론 이행이라는 측면과 함께 자신들이 극도로 경계하는 미군의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한·미 연합훈련이나 ‘정권 종말’과 같은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언급에 대한 맞대응 메시지일 수 있다.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2019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전력도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불만을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이런 방식으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보여주기식 퍼포먼스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북한은 외무성의 중대 성명에서 한국군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보내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뒤 김여정 부부장이 나흘 연속 담화를 발표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그제 우리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격인 국방 및 안보 분야 협의회를 열어 강경한 정치·군사적 행동을 주문했다. 북한이 일단 말로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천안함 폭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전을 감행했던 전력을 잊어선 안 된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철저히 대응하되 차분하고 신중한 메시지 관리로 상황 악화를 막아가야 한다. 기상천외한 북한의 성동격서식 도발에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동시에 오늘 한·미·일 차관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는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과 동맹의 결속을 다지고, 최근 북한의 동향을 긴급 의제 삼아 억제 및 대비 방안을 공조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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