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은 눈먼 돈?…42억 ‘꿀꺽’ 후 환수 안 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업체 6곳, 42억 부정수급

전수조사하면 부정 수급액 더 늘어날 전망

“정부 예산에 대한 책임 정부가 져야”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가 미등록·미인증 충전기를 설치해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액수가 4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무심코 받았을 눈먼 돈까지 포함하면 62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드러난 업체는 전체 40곳 중 6곳에 불과해 향후 보조금 부정 수급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일보

서울시내 주차장 전기차충전소.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개 업체가 미등록·미인증된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거나 서류 위조 등으로 42억3000만 원(총 3855대)에 달하는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 2021년에는 447대를 설치해 2억9000만 원을, 2022년에는 3408대를 설치해 39억300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받았다.

강 의원실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들 업체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후 보조금 지급을 보류한 2023년 예산이 20억 원에 달한다”며 “지급 보류액까지 포함하면 이들 업체가 애쓰지 않고 받았을 돈이 62억여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정 수급이 드러난 6개 업체 중 5개 업체는 미등록·미인증 충전기 2616대를 설치해 2년간 35억4000만 원의 보조금을 부당하게 받았다. 나머지 1개 업체는 서류 위조를 통해 충전기 1239대를 설치하고 6억800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 이 업체는 7kw(킬로와트)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하고선 11kw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했다고 서류에 거짓 작성하거나 보조금 신청용 사진을 포토샵으로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5개 업체의 법인 또는 대표가 검찰에 송치됐으며, 업체 1곳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보조금 사업에 지원하면 돈을 쉽게 받을 수 있다”며 “충전기 설치업체와 대수가 많다보니 꼼수를 이용해 신청서를 올려도 정확한 확인 절차 없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세계일보

완속충전시설 보조사업 보조금 부정수급 현황. 한국환경공단/강득구 의원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미등록·미인증 충전기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쳤고, 서류 위조를 막을 수 있는 대책에 대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검찰의 판단이 끝날 때까지 이들 업체가 부정 수급한 보조금 42억 원을 환수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정 수급이 발각된 업체는 전국 충전기 설치 업체 40곳 중 6곳에 불과해 업계 전반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충전기 구축 사업 예산으로 2023년 3250억 원 가운데 2825억 원을 집행했고, 2024년 예산현액은 4365억 원에 이른다.

강득구 의원은 “완속충전기 설치비용은 7kw가 약 140만 원, 11kw 약 160만 원인 것에 비해 급속충전기 설치비용은 4000만 원에 육박해 급속충전기의 경우까지 광범위하게 사안을 살펴야 한다”며 “전기차 충전기 확대 사업에 화재 예방에 대비한 추가적인 예산이 더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근시안적 대안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까지 살피는 정책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