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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명태균 여론조사 조작 의혹 그냥 넘길 일 아니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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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씨가 연일 폭로하는 대화·녹취록으로 정치권이 온통 뒤숭숭하다. 허언이나 침소봉대로 의심되는 잡다한 논란이 많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한 언론이 입수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9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실무자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 갖고 홍준표보다 한 2%(포인트)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실제보다 더 나오게 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그는 젊은 층의 응답계수를 올리라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정식 등록되지 않은 업체여서 조사 결과가 공표되진 않았지만 비공식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를 할 때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표본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범죄행위다. 조작된 결과를 대중은 실제 민심으로 오해할 수 있고 거꾸로 여론 동향에 영향을 미쳐 종국에는 선거 결과마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민주주의를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정치공작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작업을 명씨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16일 현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정식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59곳이지만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미등록 업체가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제대로 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요건에 맞는 여론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 홍준표 대구시장은 "ARS(자동응답방식) 기계 몇 대 설치해놓고 청부, 샘플링 조작, 주문 생산으로 국민 여론을 오도한다"며 대책을 주문했는데 그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명씨의 여론조사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도 선거법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도, 처벌도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그대로 덮고 갈 수는 없다. 무자격 업체가 조작된 여론조사로 정치권에 줄을 대고 그 대가로 자리와 이권을 요구한 것이 명태균 사태의 본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왜곡된 생태계의 이해당사자인 정치권이 나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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