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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사설]과세 자료 안 내고 ‘쥐꼬리 과태료’로 퉁치는 해외 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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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빅테크 등 다국적 기업들이 대규모 법인세를 피하려고 세무조사를 거부하며 버티다가 소액의 과태료만 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과세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세무조사에 불응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탓이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 과세당국에 협조하지 않는 게 세금 덜 내는 비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A사는 국세청의 자료 제출 요구를 92차례나 거부했지만 20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연매출 수조 원을 올리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 B사도 국내에서 번 돈 대부분을 해외 본사에 로열티 명목으로 송금했지만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 역시 처벌은 과태료 수천만 원에 불과했다. 최근 3년간 국세청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기업에 부과한 과태료는 44건, 평균 614만 원에 그친다.

과세당국이 처벌을 강하게 하려 해도 현행법상 자료 제출 기피에 대한 과태료가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최대 5000만 원까지인 데다 한 건의 세무조사에는 과태료를 중복 부과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탓이다. 이렇다 보니 정상적으로 세금 내느니 세무조사를 거부하며 버티다가 쥐꼬리 수준의 과태료를 무는 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는 사이 해외 빅테크들의 세금 회피는 고착화되고 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3653억 원의 매출을 신고하고 법인세 155억 원을 냈다. 하지만 구글코리아의 실질적 매출은 12조 원이 넘고 내야 할 법인세도 510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국재무관리학회는 추산했다. 넷플릭스코리아도 지난해 법인세 36억 원을 냈지만 실제 매출 추정치로는 최대 876억 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과세당국이 이익 규모를 추산해 어렵사리 법인세를 추징해도 이들은 소송전으로 맞서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천문학적 매출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은 조세 정의를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납세하는 국내 기업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선진국들은 형사 처벌, 세금 소멸 시효 중단 등 각종 규제 장치로 과세 자료 제출 불응에 엄정히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글로벌 기업의 악의적 조세 회피를 차단할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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