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인 2021년 10월25일, 당시 경쟁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전 한국방송(KBS) 대전방송총국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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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 2차 경선 때인 2021년 9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일 경우 이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부실·조작 여론조사를 막기 위한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16일 쏟아졌다.
명씨가 조작했다고 의심받는 여론조사는 자신이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자체적으로 실시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미공표’ 조사다. 의혹이 사실이라도 명씨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들은 이 점을 근거로 든다. 한 변호사는 “자기 회사에서 자기 명의로 거짓 문서를 작성했다면 ‘사문서 위조’가 아니다. 다른 회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나 국민의힘 경선에 실제로 반영되는 공식 조사로 ‘장난’을 쳤다면 ‘업무방해’지만, 이 건은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의 한 당직자도 “만약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반영되는 공식 여론조사였다면 100% 업무방해인데, 명씨의 조사는 공식이 아니지 않나. 그러면 누구의 업무를 방해한 건지 특정이 쉽지 않아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반면, 법조인 출신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을 자체적으로 확인하려고 굳이 그렇게 조작을 했겠냐. 어디에 보여주거나 누군가 참조하려는 용도 아닌가”라며 “당 내부적으로라도 사용이 됐다면 업무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선 당시 당 안팎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대거 유통됐는데, 이를 염두에 둔 설명으로 보인다. 관건은 이 조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됐는지, 당시 경선 후보들을 포함해 누군가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 당시 명씨가 진행한 조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신고되지 않았다는 점도 위법 소지가 있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모든 여론조사는 공표든 미공표든 여심위에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심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명씨와 관련된 기관이 신고한 여론조사 실시 신고서 24건 가운데 이 조사는 없었다.
이 조사와 별개로, 명씨는 지난 대선 직전인 2022년 2월28일부터 3월8일까지 9일 연속으로 여론조사를 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그해 6월 보궐선거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야당은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 본다.
정치권에선 명씨가 다른 여론조사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의심한다. 명씨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1등으로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먼저 여론조사를 제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역 선거에서 비슷한 인지도와 경력을 갖춘 후보가 여럿일 경우 여론조사 결과는 표심에 영향을 미치기 쉬운데, 후보자에게 조사 결과를 미리 제시하며 ‘조작된 여론조사’를 할 것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명씨와 여론조사 업무를 함께 한 강혜경씨는 지난 11일 제이티비시(JTBC)와의 인터뷰에서 ‘2등을 1등으로 만드는 여론조사 조작으로 부산 의원을 당선시켰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당 안에선 여론조사 조작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윤 대통령과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여론조사 브로커가 전국적으로 만연하고 선거철이면 경선 조작으로 더욱더 선거 사기꾼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에이알에스(ARS) 기계 몇대 설치해놓고 청부, 샘플링 조작, 주문 생산으로 국민 여론을 오도하고 응답률 2~3%가 마치 국민 전체 여론인 양 행세하는 잘못된 풍토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경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15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관련 불법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국회도 여론조사의 조작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규제와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신민정 전광준 고한솔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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