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8월8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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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대통령실 안보실장이 13일 한국방송(KBS) 인터뷰에서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거 같으면 전쟁은 일으키지 못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의 안보 분야 최고위급 참모가 북한이 “전쟁을 못 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요한 ‘대외 메시지’가 되는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겨냥해 자극할 경우 북한이 국지 도발 등 레드라인을 넘을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우리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한국이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13일 “김정은 일가의 거짓 독재정권에 지쳐 있는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이라도 이용해보려는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9일에는 북한이 남북 육로를 완전 단절하고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것에 대해 합동참모본부가 “북한의 이번 차단 및 봉쇄 운운은,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신 실장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지난 1일 우리 국군의 날 기념식 행사 이후 전례 없이 과민 반응하고 있다. 그 직전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지하로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에 의해 헤즈볼라 수장이 죽임을 당했는데 (국군의 날 공개된) 초위력 미사일 ‘현무-5’는 10배 이상의 위력으로, 김정은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이 전쟁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메시지가 오히려 북한이 반발할 여지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 존엄이 있던 상공에 와서 도발을 한 것이다. 정전협정 위반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굉장히 발끈할 수밖에 없다”며 “김정은에 대한 일종의, 약간 정권 모독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얘기를 계속하는 것인데 북한이 반발할 여지를 키워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김정은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수 있다. 그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전쟁”이라며 “더구나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들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갈수록 수위를 올려 대응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한계 수위 이상으로 올라가면 북한이 예상치 못한 군사적 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치밀한 팩트를 가지고 전략적 분석과 접근법을 내놓아야 하는데, 말폭탄만 주고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우발적 충돌이나 확전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민 실장도 “북한도 어떤 면에서는 계속 확전을 안 하려고 했는데, 이런 상황이 되면 결국 확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 필요한 건 ‘강 대 강’의 말폭탄이 아니라 ‘치밀한 상황 관리’라고 입을 모은다. 양무진 교수는 “현재 한국은 국격이나 국제 위상에서 북한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국가에 속한다. 그런데도 북한과 비슷한 수준의 메시지를 내는 건 국격뿐 아니라 전략적인 차원에서도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절제”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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