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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이한우의 간신열전] [256] 다섯 가지 한심한 일(五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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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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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를 비롯한 고대 중국의 역사가들은 하나같이 흥망성쇠(興亡盛衰)의 기틀은 임금이 삼가느냐[敬] 소홀히 하느냐[忽]에 달려 있다고 보았다. 한나라 유학자 유향(劉向)이 지은 ‘설원(說苑)’ 권10 경신(敬愼) 편에는 이와 관련된 경계(警戒)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먼저 유향이 말한다. “존망과 화복은 그 요체가 (임금의) 몸가짐에 달려 있기에 공자 같은 빼어난 이가 거듭 경계했으니 패망과 화(禍)를 불러들이는 것은 삼감과 조심함(敬愼)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선쾌(單快)라는 사람이 했다는 말만큼 우리에게 적실(適實)한 경계는 없는 듯하다.

“나라에 다섯 가지 한심한 일(五寒)이 있는데 물이 얼어붙는 것은 그 중에 포함되지 않는다.

첫째는 정사를 외부 사람에게 맡기는 것(政外)이고, 둘째는 여자로 인한 어지러움(女厲)이고, 셋째는 기밀스러운 모책들이 새어 나가는 것(謀泄)이고, 넷째는 유능한 경사(卿士)들을 공경하지 않아(不敬卿士) 나라가 패망하는 것이고, 다섯째는 나라 안을 제대로 다스리지도 못하면서 나라 밖에만 힘쓰는 것(不能治內而務外)이다.

이 다섯 가지 중에서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비록 제사를 지내더라도 복을 받지 못하고, 화란을 제거하려 해도 반드시 이를 것이니, 설사 복이 이르더라도 그것은 잠시 빌린 것일 뿐이다.”

그런데 다섯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 나타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실로 오싹해질 뿐이다. 해법은 경신(敬愼) 하나뿐이다.

아마 대통령실은 지난 2년간 저질러 놓은 일들에 대해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원래 전전긍긍이란 남몰래 사고를 쳐놓고 들킬까 조마조마해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경신, 즉 어떤 일에 임할 때는 삼가고 조심하고 두려워하라는 말이다. 지금 온국민이 보고 있는 것은 제대로 전전긍긍하지 않다가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 전전긍긍하는 장면이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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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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