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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고온초전도체 비밀 푼다…세계 최초 '제3의 전자결정'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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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
고온초전도체 ·초유체 구현할 '전자결정' 조각 세계 최초 발견
국제 학술지 '네이처' 게재

머니투데이

고체 물질 속 전자결정 조각들을 형상화한 그림. 투명한 파란공은 결정을 이룬 전자를 나타내고, 불투명한 검은공은 결정을 이루지 않은 채 남아있는 전자를 나타낸다. 흰색선으로 연결된 투명한 파란공들은 육각형 모양으로 오직 짧은 거리의 배열만 갖는 전자결정 조각을 이루고 있다. /사진=김근수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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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물리학의 오랜 난제인 고온초전도체의 비밀을 풀어낼 중요한 단서를 국내 연구팀이 찾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체 물질 속에서 액체의 특징과 고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자결정' 조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7일 게재됐다.

고체 물질 속에서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전자는 기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전압을 걸어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주면 전류가 발생하는 이유다.

전자결정은 전자를 결정 상태로 만든 것으로, 전자들이 마치 원자처럼 규칙적인 배열을 이뤄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든 상태다. 196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유진 위그너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처음 고안했다.

그런데 이처럼 전자가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게 된다면, 고온초전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쿠퍼쌍(Cooper pair)' 상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쿠퍼쌍은 속도와 스핀이 정반대인 2개의 전자가 짝을 이루는 상태다. 쿠퍼쌍들은 서로 밀어내거나 부딪히지 않기 때문에 내부 전기 저항이 완전히 사라진다.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자결정은 고온초전도체나 초유체(극저온에서 점성이 사라지는 물질) 같은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불린다.

연구팀은 2021년 알칼리 금속을 도핑한 물질에서 액체의 성질을 가진 전자 상태를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연구를 이어 나가던 중, 더 적은 양의 알칼리 금속이 도핑된 물질에서 아주 미세한 전자결정 조각을 발견했다. 이 전자결정 조각의 크기는 1나노미터(nm) 수준으로,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보다 작다.

연구팀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의 ALS 방사광가속기 장치와 각분해광전자분광 장치를 이용해 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정밀하게 측정했다. 그 결과 전자의 불규칙한 특성이 관찰됐는데, 이는 극저온에서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의 특징과 비슷했다.

연구를 이끈 김근수 교수는 "전자들의 규칙적인 배열이 완벽한 경우를 고체 상태, 규칙적인 배열이 완전히 없는 경우를 기체 상태에 비유한다면 짧은 거리의 배열만 존재하는 전자결정 조각은 액체 결정 상태에 비유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짧은 거리의 배열만 존재하는 제3의 전자결정 상태를 인식하게 됐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글로벌 리더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 교수의 2021년 연구 역시 동일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과기정통부는 '지식의 탐색과 확장'이라는 기초연구 본연의 목적에 맞는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내년 기초연구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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