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트럼프 “한국은 머니 머신… 방위비 13조원 내게 할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집권 땐 방위비 재협상 예고

조선일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 자동 지급기)을 갖고 있다”며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 100억달러(약 13조6500억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했다. 한미가 최근 합의한 2026년도 방위비 분담금 1조5192억원(전년 대비 8.3% 인상)의 9배에 가까운 액수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가 다음 달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하면 미국의 방위비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동맹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블룸버그·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주최 대담에 참석해 “우리가 한국을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보호해 주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 이건 미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에 대해선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다”며 친분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재임 당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 50억달러를 요구했지만 한국이 난색을 보여 우선 20억달러를 내게 하고, 그다음 해에 50억달러로 올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1년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가 합의한 것을 다 뒤집었다”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한미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인 2021년 3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 2020~2025년까지 6년 동안 유효한 다(多)년도 협정으로, 트럼프 정부(2019년 9월)에서 시작된 협상을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한 것이다. 이달 초에는 2030년까지 유효한 12차 SMA를 타결했는데,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게 낫다는 양국의 공감대가 컸다고 알려졌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주최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해 주는데 그들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 이건 미쳤다"고 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선을 20여 일 앞두고 트럼프가 승패를 가를 경합주에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그가 한국에 대해 가진 왜곡된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있지만, 발언만 놓고 보면 선거 기간 내내 ‘부자 나라 한국이 안보에서 무임승차하고 있고 거기에 걸맞은 지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달 4일에도 폭스 비즈니스 뉴스에 출연해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부르면서 “한국을 한국전쟁에서 구하고 수십 년 동안 보호했지만 아무것도 받아내지 못했다”며 “동맹은 맞지만 무역에 있어서는 적(enemy)”이라고 했다. 지난 4월 타임 인터뷰에선 “왜 우리가 누군가를 지켜줘야 하나”라며 주한 미군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고,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원한다”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트럼프의 주장이 상당 부분 과장·왜곡됐다는 점이다. 한국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대한 국방비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GDP 대비 2.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또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은 한미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부담한다.

허위 정보에 근거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날도 약 2만8500명 수준인 주한 미군 규모를 4만명으로 재차 거론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215억달러(약 29조2900억원) 규모 투자를 약정하며 대미 최대 투자국으로 거듭났는데도 트럼프는 “나에게 투표하면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일자리 엑소더스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의 경제·무역 참모들은 한미 간 무역 적자 폭에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라이트하이저 측근인 제이미슨 그리어 변호사는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모든 국가와의 무역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밀어붙여 이를 관철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이날 출간된 저서 ‘전쟁(War)’에서 트럼프의 핵심 참모들이 한국·일본 같은 동맹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물밑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드워드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조현동 주미 대사와 만나 “트럼프 2기가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할 것” “트럼프 역시 한미 관계가 양국의 상호 안보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에서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도로를 폭파한 것에 대해 “나쁜 소식”이라며 “오직 트럼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