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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北, 러에 1만명 파병… 일부 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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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정은과 푸틴이 지난달 동맹 조약을 맺고 악수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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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에 1만명을 파병했으며, 이 중 일부가 러시아군 정예 공수 여단에 배속돼 훈련받고 있다고 15일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 과정에 북한군 일부가 집단 탈영해 러시아군이 추적 중이라는 첩보까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정상회담 당시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원조를 한다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이를 근거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만 아니라 군인도 보내고 있다는 정황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넷과 키이우포스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1만명에 달하는 병사와 인력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들은 “이 중 3000여 명이 최근 재편성 중인 러시아 제11공수 돌격 여단 소속 ‘부랴트’ 대대에서 통합 훈련을 받고 있다”며 “조만간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투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쿠르스크주는 지난 8월부터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공격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6일 의회에 출석해 “북한이 러시아에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실상 (러시아 편으로) 참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 지대에 배치됐다는 정황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러시아 브랸스크주와 쿠르스크주 사이, 우크라이나 국경 북서쪽 약 7㎞ 지점에서 북한군 병사 18명이 탈영해 러시아군이 이들을 뒤쫓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 러시아군이 상급 부대에 북한군의 탈영 사실을 숨기려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와 같은 정황이 모두 사실이라면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국이 아닌데도 전투병을 파병한 첫 번째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16일 “유럽과 전 세계의 평화·안정을 위협하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무기 거래뿐 아니라 무기 생산 및 군 인력 파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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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북한은 파병에 앞서 이미 러시아에 150만~180만발의 포탄과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엔 직접 병력까지 보내기 시작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잇따랐고,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도 이를 언급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3일 밤 화상 연설을 시작으로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뿐만 아니라 인력도 지원하고 있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12일 “북한 보병 수천명이 러시아에서 훈련받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 전선 최전방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러시아와 맺은 조약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정규군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은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양국 간 군사원조를 공식화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 제4조는 “쌍방(雙方) 중 어느 일방(一方)이 한 국가 또는 여러 국가에서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他方)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법, 또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유사시 상대국에 무기 지원과 아울러 파병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으로, 사실상의 군사동맹을 선언한 것이다.

조약 체결 당시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공격을 빌미로 이 조약 4조를 발동해 북한의 무기 및 병력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8월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전격적으로 공격, 일부 지역을 점령하면서 러시아가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겼다. 쿠르스크주는 현재 1000~1300㎢가량이 우크라이나군의 통제를 받고 있으며,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중이다. 다만 이 조약은 아직 비준 절차에 있어 러시아와 북한 양국이 조약을 근거로 한 무기·병력 지원을 공식화할 수는 없는 입장이란 분석이 나온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부인하고 있지만, 북한군이 이미 러시아 본토 및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파병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정황은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지난 4일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근처에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북한 장교 여섯 명이 사망하고, 병사 최소 세 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러시아군 훈련을 참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도 지난 10일 “북한이 자국산 탄도미사일의 운용 지원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자국 군 기술자 수십 명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 병사들의 집단 탈영이 사실로 확인되면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각각 2006년 10월과 2009년 6월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에 대한 정면 위반이다. 러시아는 당시 이들 결의에 모두 찬성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탈영한 북한군 병사들이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에 가까운 브랸스크주에서 재편성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제11공수 돌격 여단 소속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부대는 러시아 부랴트 공화국이 주둔지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당시 벨라루스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던 정예부대다. 우크라이나군은 탈영 북한군의 신원 확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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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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