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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머리'로 돈 벌고 '입'으로 또 번다…AI 이끄는 CEO '황·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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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기술 경영자’ 전성시대다. 인공지능(AI)의 가파른 발전과 국제 공급망의 급변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가운데, 장기적 비전을 추구하면서도 활발한 외부 소통으로 시장을 설득하는 기술 기업 경영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출시 25주년,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 취임 10주년,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 20주년이다. 세 회사 모두 ‘뚝심 갖춘 외향형’ 리더를 중심으로 AI 시대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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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CEO를 포함한 엔비디아 고위 임원들이 11일 '최초의 GPU'인 지포스 256 출시 25주년을 기념해 나스닥 오프닝 벨을 울렸다. 사진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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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GPU, 10년 이상 선(先) 투자



지난 11일은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지포스256을 출시한 지 꼭 25년이 되는 날이었다. 엔비디아는 자사 블로그에 “1999년 출시된 ‘세계 최초의 GPU’ 지포스 256은 게임 뿐 아니라 AI 시장을 바꿔 놓았다”라며 “2011년 구글·스탠포드대·뉴욕대 연구원들이 딥러닝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엔비디아 GPU의 능력을 발견했다”라고 설명했다.

연산 능력의 한계로 오랫동안 기술 진전이 없던 ‘AI의 겨울’을 끝낸 건 2012년 토론토 대학 제프리 힌턴 교수팀의 딥러닝 대회 우승이었다. 이들은 13만 회 이상 인용된 기념비적 논문 심층 합성곱신경망(CNN)을 이용한 이미지넷 분류 초록에 “GPU로 매우 효율적인 연산을 구현했다”라고 적었다. 힌턴 교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당시 연구팀원이던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 AI 공동창업을 거쳐 올해 또 다른 AI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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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사진 김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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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이후 10년 이상 AI용 GPU와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념했다. 젠슨 황 CEO는 지난 6월 캘리포니아 공대 졸업 연설에서 이를 ‘0억 달러 시장’이라고 표현했는데, 아직 돈 안 되는 미개척 분야에 투자했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는 고객이 확실히 없는 분야에 무언가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고객이 없는 곳엔 경쟁자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EO 활약으로 주가 7배, 시총 130배



2004년 설립돼 올해 20주년을 맞은 메타는 소셜 광고(페이스북) 업체에서 AI 기업으로 변모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였지만, 모바일 운영체제를 장악한 애플·구글의 개인정보·수수료 정책에 따라 매출이 출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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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메타 기술 컨퍼런스에서 회사 AI 정책 등을 발표하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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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회사가 2013년부터 운영한 인공지능 연구소(FAIR)가 꾸준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해 거대언어모델(LLM) 라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메타는 ‘AI 기업’으로 피보팅(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말 주당 90달러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현재 600달러를 바라본다(15일 종가 586달러). 덕분에 저커버그 재산도 늘어 세계 2위 부자가 됐다.

지난 8일 리사 수 AMD CEO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지난 10년은 놀라웠고, 최고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며 취임 10주년을 자축했다. 그는 패색이 짙던 AMD에 2012년 부사장으로 합류, 2년 만에 CEO에 선임됐다. AMD의 잡다한 제품군을 줄이고 중앙처리장치(CPU) 성능 개선과 AI 반도체에 집중한 결과, 인텔 CPU를 위협하는 경쟁자요 엔비디아에 이은 AI 가속기 2인자로 자리 잡았다. 10년간 AMD 시가총액은 20억 달러에서 2535억 달러(약 345조원)로 130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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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CEO 취임 10주년을 자축하는 글을 자신의 X(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리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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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CEO 특징은 '뚝심+외향'



이들의 공통점은 엄청난 대외 활동을 벌인다는 것. 젠슨 황 CEO는 불과 몇 주 간격으로 강연·대담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다달이 1~3개의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하며 쉴 새 없이 무대에 올랐다. 내년 1월 IT 가전쇼 CES 기조연설에도 나선다.

리사 수 AMD CEO도 지난 10일 자사 콘퍼런스 ‘어드밴싱 AI’는 물론이고 3월 SXSW, 6월 컴퓨텍스, 9월 골드만삭스 기술 컨퍼런스 등 다수의 공개 무대에서 강연했으며, 잦은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강연·인터뷰는 물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메타의 AI 투자와 GPU 구매 현황, 증강현실(AR) 기기 신제품 등 경영 상황을 수시로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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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콘퍼런스 시그래프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대담 후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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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들이 ‘업무는 언제 하냐’ 비판받지 않는 건, 대외 활동이 경영에 도움이 돼서다. ‘AI 거품론’과 엔비디아 신형 칩 출고 지연 문제로 엔비디아 주가가 휘청했을 때, 젠슨 황은 도리어 더 활발한 외부 일정을 소화하며 ‘신형 칩 수요는 엄청나다’ 재차 강조해 진화했다. 8월초 100달러 이하까지 내려갔던 엔비디아 주가는 두 달 만에 다시 130달러를 넘었다(15일 종가 131달러).

이들의 행보는 다른 테크 CEO에도 자극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IP) 기업 ARM의 르네 하스 CEO는 아예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섰다. 기술 업계 인사와 대담하는 팟캐스트로, 첫번째 손님은 젠슨 황 CEO였다. 이들은 40여 분간 양사 인수합병(M&A)이 불발된 얘기, 조직 문화와 기술 얘기 등을 나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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