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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단독] 양재웅 정신병원 전 직원 “지속적 ‘대관’ 업무…정부 간부 가족에 월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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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양재진 부천 W진병원장. 본인 제공




최근 정신병원에서 잇따라 드러난 환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한때 해당 병원에 몸담았던 내부자들의 이야기를 연속으로 싣는다. 이들은 정신병원 밖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문제의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한 일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병원의 관성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첫회는 지난 5월10일 다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한 30대 여성 환자가 17일 만에 격리·강박 끝에 사망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이다. 병원 내부자들의 추가 제보를 기다린다. 편집자





지난 5월 30대 여성 입원 환자가 격리·강박 중 17일 만에 사망했던 부천 더블유(W)진병원이 10여년간 전담 인력을 두고 검·경 등은 물론 이해관계가 밀접한 정부 기관 등을 관리하는 이른바 ‘대관 업무’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병원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의 고위간부 직계 가족에게 한동안 월급을 제공해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증언에 나선 이는 부천 더블유진병원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ㄱ씨다. 그는 “이 병원에서 벌어진 사망사고 뉴스를 접하며 ‘마침내 터질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알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인터뷰를 자청했다. ㄱ씨는 “정신병원들마다 조금씩 문제가 있고 100% 법을 못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이 병원은 절대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지 오래됐다”고 했다.



ㄱ씨는 부천 더블유진병원의 초창기 시절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이 병원은 원래 현 양재웅 원장의 형 양재진씨가 부천시 중동 현대백화점 뒤에 세웠던 정신병원인 ‘진병원’으로 시작했다. 양재진씨는 당시 정형외과가 있던 현 건물(신흥로 244)을 매입해 별도로 ‘더블유진병원’을 개원했고, 초대 원장은 양씨 형제의 매형인 이아무개씨가 맡았다. 양재웅씨가 원장 자리에 앉은 건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딴 이후인 2016년 6월부터다. ㄱ씨는 “형 양재진씨가 두 병원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다. 직원들이 급여를 비롯한 일일지출, 환자 입·퇴원 현황, 일일 회의록, 보수 공사 등을 모두 그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ㄱ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5차례에 걸쳐 전화 및 문자메시지로 진행했다. 더블유진병원 양재웅 원장은 ㄱ씨의 주장에 대한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부인했다. 다음은 ㄱ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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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서울홍보대사로 위촉돼 위촉식에 참석한 양재진·양재웅 형제(왼쪽부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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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제보를 결심하게 됐나.



“언젠가 날 일이 났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5월에 환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러다 말 줄 알았다. 이번에는 유가족도 그냥 물러서지 않는 것 같고 언론도 계속 보도하기에 이야기를 보태야겠다고 결심했다.”



― 직접 근무를 했던 부천 더블유진병원은 어떤 곳이었나.



“일단 환자를 잘 보지 않는다. 지난 5월 사망사건 때도 그러지 않았나. 환자가 격리실에서 배를 부여잡고 대변물을 흘리며 문을 두드리는데 상급병원으로 전원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 약만 먹이고 묶을 뿐 의사는 오지 않았던 걸로 안다. 환자를 방치한 거다. 이전에도 큰 사고가 있었다.”



― 어떤 사고인가.



“2017년 2층에 입원한 환자가 커터칼을 소지하고 있다가 병동 끝 흡연실에서 목을 그었다. 입원 또는 외출·외박한 뒤 복귀할 때 소지품 검사는 보통 보호사들이 하는데 그날 2층에 보호사가 없었다. 특정 시간대 의료진 부족으로 약 2~3시간 공백이 생기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과다 출혈로 사망할 뻔했는데 병원의 명백한 관리소홀이었다. 그때 간호사는 없고 간호조무사만 2명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분주히 오가며 거즈만 전달해줬고, 소방구급대가 올 때까지 지혈 등 응급처치는 원무과 직원이 했다. 당시 보호자 사이에선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과,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환자의 행동을 뒤늦게나마 발견해줘서 죽지 않았다’며 병원을 편들어주는 의견으로 갈렸다. 결과적으로는 형사 사건으로 번지지 않고 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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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구 원미구 신흥로에 있는 W진병원 건물 모습.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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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웅 원장은 커터칼 사건에 관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구체적으로 발생연도를 제시하며 다시 묻자 사건을 시인하면서도 “당시 해당 병동은 개방병동으로 환자들이 바깥에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는 형태여서 반입금지 물품을 가지고 들어오기 용이했고, 직원들이 검사를 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ㄱ씨는 “당시 병원에서 사고가 난 2층을 보건소에 개방병동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폐쇄병동이었다”고 반박했다. 문제를 일으킨 환자는 환청·환시·망상에 시달리는 터여서 집중관리가 필요했음에도 방치됐다는 말도 했다.



― 더블유진병원에서 대관 업무를 어떻게 한다는 건가.



“더블유진병원에는 독특한 직책을 가지고 거의 대관 업무만 하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대관 업무를 위해 특정 담당자를 두지는 않는다. 일부 대형병원에 대외협력팀이 있지만, 말 그대로 주변 의료기관과의 협진 또는 해외환자 유치 등의 업무를 볼 뿐 대관업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 분이 보호사 출신인데 10여년간 대관 업무를 하면서 억대가 넘는 연봉과 고급승용차를 제공 받는 것으로 안다. 관할 지역 내 의료기관의 간부 및 병원 이사장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한편, 이들로부터 소개받은 경찰 및 검찰 관계자, 보건소 관계자, 보건복지부 산하 고위 간부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형님’이라 부르며 관리해온 이 기관 고위간부의 직계 가족에게는 고문이라는 직책을 주고 급여를 지급한 적이 있다. 이건 명백한 불법이다. 공무원들에게 식사·술·유흥 등을 제공한 것 역시 적절치 않다 할 것이다. 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은 정신병원 업계에서는 ‘저승사자’라 불리는 곳이다. 건강보험 청구금도 정확지 않았다.”



― 청구금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내가 있을 때 의사 1명이 환자 50여명을 담당했는데, 안 한 검사도 했다고 차트를 쓰다 보니 매일 차트 작성이 밀렸다. 심사과에서는 매월 1일에 청구를 해야 한다며 차트 정리를 독촉하지만, 의사들은 차트 작성이 밀리다 보니 말일에 맞춰 차트 정리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보니 차트 작성은 실질적으로 마무리가 안됐음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가 먼저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의사가 작성해야 할 차트를 사회복지사에게 수당을 주고 대신 작성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더블유진병원이 전담 인력을 두고 대관 업무를 해왔다는 증언에 대해 양재웅 원장은 두 번이나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으나, 이름을 거명해 다시 묻자 결국 시인했다. “해당 근무자는 병원개설부터 현재까지 본원에서 근무하신 분이고 30년 동안 정신병원에 몸 담으며 현재 연봉이 1억4천만원가량 된다”며 “대한민국 2023년 50대 근로소득자 평균연봉이 6천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분들이 입원하는 정신병원 특성상 보건복지부와 보건소 및 경찰 쪽과도 소통(지역에서 발생하는 정신과적 응급상황 환자들에 대한 시·도 경찰서의 입원 의뢰)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고 대관 작업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병원 행정의 책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의 고위 간부 직계 가족에게 월급을 지급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해당 직원은 양재웅 병원장 이전인 진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더블유진병원을 양재웅 원장이 인수한 이후에 개인 사정으로 퇴사했다. 병원 청구에 대한 자문 역할을 했다. 지금 그런 직원이 없다”고 답했다. 이 직원에게 어떤 목적으로 얼마 동안 월급을 지급했는지는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한겨레가 확보한 더블유진병원의 2017년 특정 월의 급여대장에는 보건복지부 고위간부 직계가족의 연봉이 3000만원으로 적혀 있다. 양 원장은 2016년 6월부터 병원장을 맡았다.



한겨레

지난 5월10일 입원해 27일 새벽 격리·강박을 당하다가 사망한 박 아무개씨가 양손과 양발, 가슴 등 5포인트 강박을 당하는 모습. CC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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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에는 격리·강박 중 30대 여성환자가 사망했다.



“격리와 강박은 그냥 일상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 입원하면 이유가 없다. 일단 격리실 들어가고 묶는다. 환자가 협조적이더라도 웬만하면 일단 묶는다. 의사가 상태를 보고 지시를 해야 하는데, 환자가 아주 난폭할 때만 의사가 지시를 한다. 나머지는 그냥 간호사가 알아서 격리·강박을 결정한다.”



―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뭔가.



“편하려고 그러는 거다. 입원한 날은 무조건 격리실에 들어가는데 안 묶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환자는 입원하자마자 격리실에 갇히면 고함지르고 문 두드리게 돼 있다. 그러면 귀찮지 않은가. 바로 옆이 간호사실이다. 시끄럽다. 그럼 묶어버리는 거다. 이건 더블유진병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신병원이 같다. 격리실 기본 48시간이다. 그런데 ‘나는 미치지 않았어, 난 멀쩡해, 난 알콜중독자 아냐, 전화 걸게 해줘’ 그러면 묶는 거다. 이번 돌아가신 분도 이해가 안 간다. 대변물을 흘리고 뭔가 상태가 안 좋다는 신호를 보냈는데 왜 의사가 있던 근무시간에 외래를 안 보냈는지도 궁금하고, 야간 응급상황 때 왜 상급병원으로 응급이송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한겨레는 얼마 전 더블유진병원이 올해 격리·강박 건수가 최근 5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격리·강박에 대해 양재웅 원장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입원 환자들이 필수적으로 격리실을 사용하여 전체 격리 횟수 기간이 증가했다. 급성기 병원 지정 전에도 격리나 강박이 필요한 시·도 경찰서에서 문제시되는 정신과적 환자의 응급 입원 치료에 대해 입원을 꺼리지 않고 충분히 협조하여 경찰 측으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아오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경찰은 지난 5월27일 이 병원에서 격리·강박 끝에 사망한 유족이 낸 고소장을 접수하고 양재웅 원장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 송치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ㄱ씨는 더블유진병원에서 근무했던 경험상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나, 경찰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천원미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현재 양재웅 원장 조사를 마쳤고 관련 기관에 자문을 구해 병원 쪽의 과실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자문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부천시 보건소 뿐 아니라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활동가에게도 의견을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재웅 원장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증인 요청을 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양재웅 원장이 국감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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