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중 경찰 최고위직인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이다. 당시 시민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권성수)는 17일 오전 10시30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 전 청장, 류미진 당시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 당직 근무자였던 정모 전 112상황3팀장(경정) 등 3명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을 열고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를 받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구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용산구청 관계자 3명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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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날 "검사가 제출한 증거를 종합해 고려해도 (참사) 사전 대응 단계나 당일 서울경찰청장으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에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일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류 총경과 정 경정에게는 각각 금고 3년, 금고 2년6개월을 구형했다.
김 전 청장은 2022년 10월29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정보보고서 등을 통해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날 위험 등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고 지휘ㆍ감독권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참사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재판 과정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고, 사고를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서울청 산하 경찰서장과 간부들에게 대비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다고 반박했다.
이태원 참사 당일 112상황실 관리·감독 등 당직 상황 관리 업무를 총괄했던 류 총경과 서울청 112상황팀장이었던 정 경정은 압사 관련 112 신고가 쏟아지는데도 뒤늦게 서울청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해 참사를 키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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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 배성중)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금고 3년을,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겐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같이 재판에 선 박인혁 전 서울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허위 보고서 작성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정현우 전 용산서 여성청소년과장과 최용원 전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에겐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같은 날 진행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 4명에겐 동일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 당시 재난안전법령에 다중 운집에 의한 압사 사고가 재난 유형에 분류되지 않아 별도의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서울 서부지검은 지난 7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 측도 1심 판결에 불복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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