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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한해 고독사 4천명 육박…장년은 '관계빈곤' 청년은 '일자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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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과반이 '50·60대 남성'…"이혼, 은퇴 등으로 사회적 고립돼"

청년 고독사 중 자살 많아…"자살 예방책 강화하고, 청년 일자리 늘려야"

연합뉴스

고독사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홀로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한국인이 매년 늘어나 한해 4천명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장년층은 이혼 등 가족 해체나 퇴직 등으로, 청년층은 취업 실패 등 경제적 이유로 고립되면서 우리나라에서 고독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사망자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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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고독사 계속 늘어…작년 3천661명 '홀로' 세상 떠나

1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3천661명이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전체 사망자의 1.04%가 고독사였다.

고독사는 1970년대 일본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한국에서는 고독사 현황에 대한 공식적인 집계가 이뤄지지 않다가 2021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 시행으로 이듬해 12월 복지부가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는 총 3천37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06%를 차지했다.

이후 고독사 사망자 숫자는 2022년 3천559명, 지난해 3천661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복지부는 1인 가구 증가를 고독사 사망자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1인 가구는 2021년 716만6천명에서 2022년 750만2천명, 지난해 782만9천명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작년 6월 법 개정으로 고독사 대상이 '홀로 사는 사람'에서 '사회적 고립상태에서 생활하던 사람'으로 확장돼 고독사 사망자로 집계되는 인원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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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층, 은퇴 후 사회적 관계 필요"(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50·60대, 고독사 60% 이상 차지…"사회적관계 자본 필요"

고독사는 장년층인 50·60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22년과 지난해 60대 고독사 사망자는 각각 전체 고독사 사망자(연령 미상 제외)의 31.4%, 3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50대 고독사 사망자도 전체의 30.4%, 30.2%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50대와 60대를 합치면 전체 고독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50·60대 남성 고독사 사망자는 2022년과 지난해 전체 고독사의 무려 54.1%와 53.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노정훈 복지부 지역복지과장은 "50·60대 고독사는 사별이나 이혼, 알코올 관련질환 등 고질적인 만성질환, 주거 취약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며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내년에 고독사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고독사 의심 위험 가구'를 추출해 지방자치단체에 명단을 제공해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년층은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고독사 위험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에게 사회적 관계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60대는 은퇴 후 경제적 취약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고 이혼 등 생애주기상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시기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고독사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이들은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거는 독거노인 등과 달리,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기도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0·60대의 사회적 관계 자본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도움이 필요할 때 스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픈 서비스 플랫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60대는 은퇴 후 다른 직업을 찾지 못할 경우 가족 간 갈등이 발생해 관계가 단절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장년층 구직을 돕고, 노년층이 노인복지관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것처럼 장년층을 위한 활동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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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ㆍ은둔 청년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청년 고독사 중 자살 많아…"자살 예방책 연계 필요"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고독사가 많지는 않지만, 고독사 사망자 중 다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전체 고독사 중 자살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3.9%인데 반해, 같은 해 20대 고독사 중 자살 비중은 71.7%, 30대도 51.0%나 된다.

지난해 전체 고독사 중 자살 사망자는 14.1%였지만, 20대는 59.5%, 30대는 43.4%에 달했다.

복지부 "2022년과 지난해 모두 연령대가 낮을수록 자살로 인한 고독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돼 자살 예방정책과 연계가 필요함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노 과장은 "20·30대가 고독사에 이르는 과정은 취업 실패나 실직과 연관이 있다"며 "우선 고독사 위험군인 청년에게 지자체가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청년들이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등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이 은둔생활 중 알코올 질환을 앓거나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경우에는 치료를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연결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석 교수는 "우리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사는 청년들이 많은데, 이들 중 생계 해결에 실패하면서 희망을 잃는 경우가 있고, 과잉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빚을 지고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 번쯤 어리석은 선택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채무를 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 상담 등을 통해 청년들에게 회생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세대보다 잘될 수 없다는 '사회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이 일하고 싶어 하는 좋은 일자리가 많아질 수 있도록 기업친화적인 분위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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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고독사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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