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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단독] 국정원 파견 직원, ‘진화위 보고서 유출’에도…형사고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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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1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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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파견 나온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이 2년 전 대외비 문건인 특정 사건의 조사보고서를 소위원회에서 심의도 하기 전 국정원에 사전 유출해 문제가 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진실화해위는 문서 출력 기록과 송신 내용을 확인하고 해당 직원을 파견 해제 조처했다. 이는 진실화해위 기본법 비밀준수의무 조항 위반에 해당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이내에 처할 수 있으나 형사고발 없이 넘어갔다.



이상훈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차관급)은 17일 한겨레에 “국정원은 다른 과거사 가해 기관인 방첩사·경찰보다 자료 제공에 비협조적일 뿐만 아니라 파견 직원을 통해 조사보고서까지 사전에 습득·감시하다 발각된 적 있다”며 2년 전 국정원 직원이 대외비 문건을 사전 유출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 위원이 공개한 당시 내부 검토 보고서를 보면, 2022년 11월14일 국정원의 한 직원이 ‘전교조 관련 보고서를 보낸 취지가 뭐냐’는 전화를 진실화해위에 하면서 관련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조사2국에 있던 국정원 파견 6급 조사관 ㅇ씨가 ‘전교조 결성 및 해직 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사건’ 보고서를 우편으로 국정원에 보냈는데 자초지종을 모르는 다른 국정원 직원이 이에 관해 진실화해위에 문의전화를 한 것이다. 국정원에 전교조 관련 보고서를 보낸 시점은 11월11일 오후 2시~12일 사이로 추정됐다.



당시 유출된 보고서에서 다룬 전교조 사건은 1989년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을 전후하여 국가가 안기부 등 정부 기관을 동원하여 전교조를 와해시키려 하고, 교사인 신청인들에 대해 사찰·탈퇴공작·사법처리·해직 등의 전방위적인 탄압을 가한 일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어떤 불법행위를 했는지가 조사의 핵심 중 하나였다. 해당 보고서는 2022년 11월15일에야 인권침해 사건을 다루는 제2소위원회에 처음 안건으로 올려졌고 12월8일 전체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 소위원회 논의도 이뤄지기 전에 불법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국정원에 자료가 유출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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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수 진실화해위 조사 1국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분확인을 위해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의원들의 요구를 거부하자 퇴장당해 국정감사장 밖 공무원 대기석에 앉아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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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은 2년 전 국정원 보고서 유출 사건을 뒤늦게 공개한 배경에 대해 “지난해 6월 황인수씨의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 내정설을 언론에 제보했다는 이유로 최근 한 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서울 중부경찰서로부터 지난주 고발 사실을 통보받았다. 한 보수 시민단체가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누설죄 혐의로 저에 대한 처벌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정원 파견 직원의 일탈 행위를 접한 뒤 국정원 간부 출신이 한국전쟁기 사건의 조사방향을 정하고 조사내용을 조정하는 국장 자리에 오는 게 더더욱 위험하다고 보았기에 당시 부득이 제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6월14일 이 위원 제보를 바탕으로 “진실화해위는 조사1국장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고위공무원 나급) 채용 절차를 진행해, 국정원 출신 인사를 이 자리에 내정하고 대통령실에 인사검증을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위원의 제보로 보도된 황인수 조사1국장 내정설에 대해 당시 진실화해위는 “사실무근”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으나 결국 보도 내용대로 황인수씨가 최종합격했고 9월 조사1국장에 부임했다. 황 국장은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으로 유족을 폄하하거나 대법원의 간첩조작사건 재심판결을 부인하는 발언과 국회를 비롯한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기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진실화해위 야당 추천 위원들은 황 국장을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요청서를 위원장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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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6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제83차 전체위원회에서 이상훈 상임위원이 안건 발표를 듣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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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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