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이슈 이태원 참사

김광호 전 서울청장,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1심 무죄…주요 기관장 중 실형은 용산서장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태원 참사를 부실 대응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이 17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참사 발생 2년여만에 주요 기관장들의 1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금고 3년형을 받은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등을 제외한 대부분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유족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에게 금고 3년, 정 전 팀장에게 금고 2년6개월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참사 사전 대응이나 참사 당일에 서울경찰청장으로서, 112상황팀장으로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류 전 과장에 관해서는 “업무상과실이 있지만 인명피해 발생·확대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참사와 관련한 주의의무는 1차적으로 용산서에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관할 내 자치사무는 용산서 소관이고, 서울 전체를 관할하는 서울청장으로서는 용산서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용산서가 마련한 치안대책을 보고받고 지시를 더 내리지 않은 것을 감독을 게을리했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구체적·직접적 주의의무’ 해석은 유죄가 인정된 이 전 서장 때와 달랐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 등 서울청 관계자들에게는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에게 금고 2년을 선고했다. 용산서가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고 대책을 수립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의 의무는 추상적인 의무로서 분명히 필요한 것이지만, 형법상으로 사전 예견 가능성 등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업무상과실이나 인과 관계가 엄격하게 증명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도의적·정치적 책임 등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 안 된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넘어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들을 포함한 관련 기관 책임자에 대한 도의적·정치적·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족과 생존 치료자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17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눈물 흘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판결로 참사 2년만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기소된 주요 기관장들의 1심 선고가 모두 내려졌다. 이 전 서장 등 용산서 관계자를 제외하고 실형을 선고받은 기관장은 없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사 당시 주요 책임자였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기소를 면했다.

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TF 변호사는 “재판부는 서울청을 용산서가 1차적으로 파악한 위험을 보고하면 조치하는 기관으로 소극적으로 본 것 같다”며 “경찰 차원의 책임을 더 포괄적으로 인정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방청한 유족들은 김 전 청장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큰 소리로 항의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법정에서 “경찰이 왜 있는 거냐”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이들은 법정을 빠져나가는 김 전 청장의 차를 막아섰다가 경찰의 제지를 당했다. 고 진세은씨의 유족 진창희씨는 “오늘의 판단은 사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얼마나 무능한지를 증명한 것”이라며 “아이들이 쓰러져 죽어가는 화면, 부모들이 법원 앞에서 몸부림치는 장면만 보지 마시고 사법의 무능함과 참담함을 국민께서 함께 바라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경찰 ‘유죄’, 구청 ‘무죄’ 엇갈린 판결···법적 의무·역할 차이가 유·무죄 갈랐다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10011737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창간 기념 전시 ‘쓰레기 오비추어리’에 초대합니다!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