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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글로벌 기업에 부는 CEO 교체 바람 ‘나이키·스타벅스·네슬레’ 돌파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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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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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으로 비상경영에 들어간 글로벌 기업들의 CEO 교체 바람이 거세다. 위기 돌파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리더십 교체 전략이 주효할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CEO 교체 바람은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불어닥치는 중이다.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최근 CEO 교체를 단행했다. 존 도나호 현 CEO는 오는 10월까지 근무한 뒤 자리를 비운다. 엘리엇 힐 전 소비자 시장 부문 사장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베인컨설팅과 이베이를 거쳐 2020년 1월 나이키의 CEO에 오른 도나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 전환을 가속화 했다는 성과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나이키는 ‘온’과 ‘호카’ 등 신생 경쟁사에 점유율을 내준 데다 지난 6월 핵심 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를 이유로 향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위기설이 커졌다.

나이키의 올해 3~5월 매출은 전년 대비 2% 감소한 126억달러로 시장 전망치였던 128억9000만달러를 하회했다.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했고 중국 시장의 경기 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가 큰 타격이 됐다. 또한 6~8월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투자자들에 실망감을 전했다. 기존 시장에서는 3.2%가량 감소를 예상한 바 있다. 실제 성장세를 거듭하던 한국 시장에서도 나이키의 매출 감소가 눈에 띄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던 나이키코리아의 매출이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나이키코리아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감사보고서 작성 이후 처음이다. 나이키코리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회계연도(2023년 6월~2024년 5월) 매출이 2조 5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9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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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2024 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126억 달러에 그쳤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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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실적 부진은 주가 하락으로 직결됐다. 실적 공개 당일 주가가 20% 이상 급락하는 등 올해에만 24%가량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CEO 교체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코로나 이후 실적 급락 나이키
나이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온 브랜드로 보복 소비와 함께 레트로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글로벌 매출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의 역성장으로 이어지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신제품의 부재와 트렌드 대응의 실패가 실적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CEO 교체라는 강수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단 전략이다. 도나호 CEO는 성명을 통해 “이제 리더십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지난 5년여간 나이키를 맡아온 존 도나호 CEO는 자리에서 물러선 후 내년 1월 말까지 고문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힐 신임 CEO는 1980년대에 인턴으로 나이키에서 경력을 시작해 2020년 은퇴 전까지 나이키에서 32년간 근무한 ‘나이키맨’이다. 은퇴 직전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모든 마케팅 운영을 담당했다. CNBC에 따르면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마크 파커 나이키 이사회 의장은 “엘리엇을 다시 나이키로 맞이하게 되어 기쁘다”며 “그의 전문성, 리더십 스타일, 업계 및 파트너에 대한 깊은 이해를 고려해 그가 나이키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끌 적합한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체인 스타벅스 역시 CEO 교체로 실적 부진을 만회하겠단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 8월 13일 실적 부진 등의 책임을 물어 랙스먼 내러시먼 전 CEO를 해임하고 후임자로 브라이언 니콜을 선임했다.

니콜은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 멕시칸그릴의 CEO로 일하면서 경영 혁신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니콜은 매년 160만달러(약 21억원)의 기본급을 받고 성과에 따라 360만~720만달러(약 48억~96억원)에 이르는 연말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있다. 연간 2300만달러(약 307억원) 규모의 주식 보상 기회도 제공했다.

내러시먼 전 CEO의 경우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집중하면서 드라이브스루 또는 배달 전용 서비스를 위해 설계된 매장 확대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모바일 앱을 통한 테이크아웃과 드라이브스루에 의존하며 출근시간마다 길게 줄 선 손님들로 인한 문제가 커졌다. 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을 놓고 스타벅스가 친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되며 중동 등지에서 불매운동이 펼쳐지며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CEO는 취임 이틀 만인 9월 10일 직원·고객·투자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미국 사업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커뮤니티 커피 하우스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초기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내 매장 정상화에 쏟아붓겠다는 구상이다. 니콜 신임 CEO는 “고객을 스타벅스로 끌어들이는 마법이 부족하다”고 진단하며 “테이크아웃과 매장 고객을 명확히 구분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메뉴가 어렵게 느껴질 뿐 아니라 일관성이 없어 주문이 어렵고 인수인계가 어렵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간 쌓여온 불만과 문제점들을 취임 초 단숨에 해결해 사업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해외 시장 전략에 대해서도 니콜 CEO는 “역동적인 중국 시장에서 성장을 포착하고 우리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경로를 이해해야 한다”며 “브랜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중동 지역과 아시아태평양, 유럽 및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지역에서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내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 역시 CEO 교체로 인한 주가 상승 효과를 누렸다. CEO 교체 소식이 전해졌던 8월 13일 주가는 무려 24.5% 급등하며 기대감이 반영됐다. 이는 1992년 상장 이래 최고 일일 상승률이다. 9월 9일 니콜 CEO 취임 이후에도 이틀간 주가는 2.19%오르며 CEO 교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네슬레, 경영 전략 재편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식품 기업인 네슬레 역시 CEO를 교체하며 경영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네슬레는 지난 8월 23일 성명을 통해 마크 슈나이더 CEO가 오는 9월 1일 물러나고 남미 사업본부의 로랑 프렉스 대표가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파울 불케 네슬레 이사회 의장은 “로랑 프렉스는 현장 경험과 전략적 통찰력을 겸비한 리더로 남미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며 “그의 새 리더십을 통해 네슬레는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렉스 신임 CEO는 1986년부터 네슬레에서 근무해왔다. 그는 2008년 본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관리 역량을 발휘했고, 이후 10년 넘게 유럽과 미주 지역 사업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고 네슬레는 전했다. 특히 2022년부터 이끌어온 남미 사업이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마크 슈나이더 현 CEO는 8년간 재임하면서 네슬레가 세계 최대의 식품 기업으로 지위를 유지하되 건강식품과 애완동물 용품 등 고수익 신규 사업에 전략적 비중을 두는 경영 방식을 택했다.

2022년 이후로 세계 시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한 상황을 반영해 제품 평균 가격을 지속해서 인상했다. 슈나이더 체제의 사업 전략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윤만을 추구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제품의 설탕 함량 비중이 지역별로 달라 제조 기준이 시장별로 차별적이라는 지적도 낳았다. 네슬레는 이런 압박에 올해 가격 인상을 연기했고,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며 스위스 주식 시장 시총 1위 자리도 제약사인 로슈에 내줘야 했다. 프렉스 신임 CEO를 임명한 건 이런 경영 환경에서 사업 전략을 재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 경험으로 글로벌 네슬레 소비자들의 요구를 폭넓게 이해하는 프렉스 신임 CEO가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세워 경영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이번 수장 교체에 담겨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 역시 15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파브리치오 프레다 CEO 교체를 예고했다. 내년 6월 은퇴를 예고하며 후임자 선정을 위한 후보군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프레다 CEO는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은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나 중국에 의존한 성장 전략이 주주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티로더는 이날 2024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156억1000만달러(약 20조 8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중국 및 아시아 지역 면세점의 수요 약세 때문이다. 2025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 변동 폭 예상치는 -1~2%로 뚜렷한 매출 회복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전문가 전망치(5.6%)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까
CEO 은퇴 소식과 부진한 실적이 발표됐던 8월 19일 에스티로더 주가는 2.23% 하락한 92.85달러에 장을 마쳤다. 올 들어 에스티로더 주가는 40%가량 떨어진 상태다.

글로벌 리딩 기업들의 CEO 교체가 줄잇는 가운데 실제 리더십 교체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통적으로 위기 돌파구 마련을 위한 CEO 교체는 가장 간단하면서 강력한 쇄신 효과를 가져오지만 자칫 회사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부터 약 15년간 디즈니를 이끌다 물러난 뒤 최근 CEO로 재부임한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경우 지난해 영화 흥행 실패와 TV 시청률 감소,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실적 부진으로 비판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디즈니는 각종 사업 투자를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CEO 교체는 결국 기업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리더십 교체가 성공으로 이어질지 실패로 끝날지를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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