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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그녀의 모든 것이 화제… '한강 물결' 한국문학 살릴 파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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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판매량 2250배 폭증

10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1~10위 석권…언급한 노래·원작 영화 재주목

'제2한강' 나오려면 책 읽는 문화부터… 정부예산 통한 신진작가 지원 필요

아주경제

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에서 직원이 한강 작가의 책을 진열하고 있다. 2024.10.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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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신드롬’이 오랜 불황에 빠진 출판업계를 살릴 ‘거센 파도’가 될 수 있을까. 책부터 과거 발언까지 소설가 한강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재조명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노벨문학상 수상을 침체된 출판시장을 회복시킬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어 문학 시장 활성화를 통해 포스트 한강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한강만 들어가도 ‘초집중’

17일 대형서점 예스24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강의 책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차지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1위를 기록했고,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채식주의자>가 2위에 올랐다.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가 3위, <흰>이 4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가 5위를 차지했다.

한강의 책 판매 속도는 역대급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전 일주일과 비교하면, 국내도서는 2250배, 외국도서는 718배, eBook은 616배나 판매량이 늘었다.

‘한강 신드롬’은 전 연령층을 아우르며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책을 구매한 독자들의 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40대가 3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0대가 31.1%, 30대가 15.3% 등이다. 특히 외국도서는 50대가 38.8%, 30대가 32.5%로 각각 1위를 차지하는 등 세대 불문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책뿐만 아니라 한강의 과거 발언, 인터뷰, 글 등 모든 것이 화제가 되는 상황이다. 한강이 2001년 한 유튜브 채널에서 악동뮤지션의 2019년 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와 관련해 “마지막 부분의 가사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한 발언이 다시금 주목받으며, 이 곡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강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도 상영관에서 재개봉됐다. CGV는 용산아이파크몰 등 전국 45개 극장에서 영화 ‘채식주의자’와 ‘흉터’를 특별 상영 중이다. 하물며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정가 1만5000원인 ‘채식주의자’가 2만~4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초판본이나 작가 친필 사인본은 10만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직장인 노씨(37)는 “60대인 엄마가 먼저 읽어보고 싶다고 해서 한강 작가의 책을 주문했다. 현재 예약출고가 돼 있다”며 “시와 소설 등을 엄마와 함께 읽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김씨(34)는 “책을 읽으려 노력은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쉽지 않다”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오랜만에 독서를 해보자란 생각에 책을 샀다”고 밝혔다.

육호수 시인 겸 문학평론가는 "한강 신드롬의 원인은 그동안 ‘국민적 염원’이라고 여겨지던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드디어 이루어졌다는 기쁨에서 비롯된 것같다"며 "2002 월드컵 4강 신화 때처럼, 문학의 변방으로 여겨지던 한국의 작가를 이제 세계가 인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물질 추구의 시대에서, 시대와 역사적 안목을 지닌 작가가 우리와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서 우리말로 작품을 쓰고 있다는 점에 놀라고 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포스트 한강?"…독서율 제고가 먼저

한강 신드롬이 오랜 출판업계 불황을 뒤집고 새로운 부흥을 불러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낮은 독서율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에 그쳤다.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한강 신드롬은 길어야 최대 올해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며 책을 안 읽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출판업계에서는 문학나눔도서보급 사업 확대, 공공대출보상권, 출판계에 대한 세액공제 특례 등의 확대 및 도입을 통해 작가들이 활발하게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단기간에 독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예산을 통해서 신진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안전판을 마련해줘야 한국 문학 시장의 다양성이 갖춰질 것이란 분석이다.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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