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의원 "공천 빌미로 돈 받고 갈등 가능성"
與, 명태균 방지법 발의 등 대응 본격화
명태균씨. 명태균씨 제공 |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에 있는 명태균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에게 공천을 빌미로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명씨가 이렇게 받은 돈을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에 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지난 대선 직전이었던 2022년 2월 28일 오전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 회계담당 보좌관이었던 강혜경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며 "돈 모자라면 소장에게 얘기해서 A·B·C씨에게 받으면 된다"며 "추가금 받아서 남겨 돈을"이라고 말했다. 명씨가 거론한 A씨 등 3명은 2022년 6월 영남 지역 기초단체장과 광역의회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이었다.
노 의원은 이들과 명씨 측이 공천을 대가로 돈거래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A씨 등 3명 모두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 의원은 "명씨 측이 A씨 등으로부터 최소 1억2,000만 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들의 자금이 다른 여론조사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공천 대가로 자금 제공이 이뤄졌다면 이후 자금회수를 두고서 갈등을 빚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지역 정가에선 명씨가 '가짜 공천장사'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김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공천을 빌미로 돈을 챙겼다는 얘기다. 경남 지역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명씨가 지금 큰소리를 치는 이유는 본인에게 돈을 준 사람들이 아무 말도 못 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명씨 녹취에서 거론된 A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명씨와 돈거래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없었다"며 "이 외에 답할 것이 없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김 전 의원과 명씨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명씨가 지시한 조사는 이후 윤 대통령 측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명씨가 당일 오후 강씨에게 전화해서 "연령별 득표율 하면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지 윤석열이"라며 "그거 계산해서 넣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여론조사는 표본 3,000명 규모로 사전투표 참여 의향과 지지 후보, 지지 정당을 묻는 비공표 조사였다.
명씨 의혹이 계속 불거지면서 여당도 '명태균 방지법' 발의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친한동훈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해서 등록이 취소된 여론조사 기관·단체의 재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은 "한 대표도 이 법을 추진하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며 "한 대표와 함께 정치하는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잘못된 정치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브로커와 기회주의자들이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에서 활개 치는 것을 막겠다"며 "진상이 어떤 것이든 부끄러운 모습이나 추한 모습이 드러나더라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