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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호놀룰루 총영사관 성범죄 사건 발생...외교부, 공관에 대응 맡기고 뒷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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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 20대 남성 직원, 불법촬영 혐의로 체포
한국일보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와 외교부 건물.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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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총영사관에서 '여성 화장실 불법촬영'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외교부가 사건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성비위 사건에 대한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호놀룰루 총영사관에 대응을 일임한 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건은 지난 4일 총영사관 행정 지원인 한국 국적 최모(25)씨가 영사관 내 여성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25일 범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담겼고, 범행과 체포 사실은 현지 매체인 KITV4 등에도 보도됐다.

문제는 외교부의 사건 처리 과정이다. 외교부는 재외공관에서 성비위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적으로 사건 처리 및 대응 등을 지휘하도록 돼 있다. 소규모 인원이 근무하는 폐쇄적인 구조의 해외공관의 경우 사건을 축소 은폐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에 2020년 '재외공관 성희롱·성폭력·스토킹·2차피해 예방 및 처리 지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침은 외교관뿐 아니라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이에 준하는 자 및 행정직원'을 명확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건 처리를 사실상 총영사관에 일임해둔 상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외교부는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따로 조사를 할 사안이 아닌 데다, 가해자가 행정 직원이라 징계에 대한 전권이 해당 공관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씨는 경찰 체포 직후 인사위원회에서 해고 조치됐다.

피해자들은 사건 축소를 우려한다. 피해자 A씨는 한국일보에 "영사관의 소극적인 대처에 피해자들이 직접 영사관 곳곳을 뒤지며 증거를 찾고 있다"며 "영사관에 가해자의 현지 경찰 체포에 대한 영사 조력을 지시하거나 관련 업무를 맡기는 등 피해자 보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꼭 가야만 사건 처리 지휘를 하는 게 아니다"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 등 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했으며, 현지 보고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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