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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도로·철길 폭파, 헌법의 요구”…북 ‘적대적 두 국가’ 개헌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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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에 공식 발표

도로 이어 철길 폐쇄도 확인

무인기 사건 등 들며 합리화

정부 “반민족적 행위” 규탄

경향신문

북, 철도 폭파 장면 공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17일 보도했다. 통신은 “심각한 안보환경으로부터 출발한 필연적이며 합법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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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7일 이틀 전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도를 폭파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개헌 관련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이날 “15일 낮 강원도 고성군 감호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과 개성시 판문구역 동내리 일대의 도로와 철길 60m 구간을 폭파 방법으로 완전 폐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다. 앞서 한국군 당국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동해선 철도를 폭파했다고 밝혔는데, 북한은 경의선 철도도 폭파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내용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에도 실렸다.

통신은 이번 폭파를 두고 “적대세력들의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으로 심각한 안보환경이 조성된 데 따른 “필연적이며 합법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은 북한이 지난 11일 주장한 ‘한국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또 다른 이유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 국가로 규제한 공화국 헌법의 요구”도 들었다. 북한의 기존 헌법에는 남한을 적대 국가로 명시한 규정이 없어, 북한이 최근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하는 개정 작업을 마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는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개헌이 이뤄졌다고 보도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지시한 통일조항 삭제와 영토조항 신설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실제 헌법이 개정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헌을 했는데 그간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 개헌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인지 판단할 만한 정보는 현재 없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조항 삭제와 영토조항 신설, 민족 재규정 등을 헌법에 반영했지만 그 파급력을 고려해 간접 공개하는 것일 수 있다”며 “아니면 구체적 내용을 조항에 담지는 않고, 헌법 서문에 포괄적으로 기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헌을 했는데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는 건 통일조항 삭제 등 개헌의 정당성과 명분부터 쌓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통일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고 헌법에도 선대의 통일 노력 및 지향성 등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독자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개헌을 위한 정지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북한은 최근 김일성 주석을 기리고자 지난 27년 동안 사용해온 ‘주체 연호’를 쓰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2일 노동신문 지면·홈페이지의 제호에는 ‘주체 113(2024)’이라고 적혀 있으나 13일부터 주체 연호가 사라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헌법 개정 가능성을 언급한바, 이는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들의 염원을 저버리는 반통일적이고 반민족적인 행위”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희완·곽희양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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