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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빅테크發 ‘원전 르네상스’… 아마존도 5억달러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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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확산에 전력 수요 급증

빅테크들이 앞다퉈 원자력발전으로 손을 뻗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이를 공급받을 전력원으로 원전이 뜨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픈AI에 이어 아마존까지 원전 투자에 나서면서 빅테크발(發) ‘원전 르네상스’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빅테크들은 그동안 기후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었지만,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고 규모도 제한적인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지자 또 다른 무탄소 에너지인 원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위주의 정책을 펼치던 유럽연합(EU)도 최근 열린 EU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저공해 에너지원’에 원전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장관들이 처음으로 원전 지지에 의견을 모았다”며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하경


◇MS·구글에, 아마존까지 원전 투자

16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SMR 전문 설계 업체인 엑스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 3건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공동 투자자와 함께 미국 엑스에너지에 5억달러(약 6800억원)를 투자하고, 엑스에너지가 개발한 SMR에서 전기를 공급받기로 했다. 버지니아주 전기 사업자인 도미니언에너지로부터 300MW(메가와트), 워싱턴주 전력 업체인 에너지노스웨스트로부터는 320MW에서 960MW를 받는다. 엑스에너지는 국내 두산에너빌리티, DL E&C가 지분 투자 및 기자재 공급 협약을 맺은 SMR 분야 선도 업체 중 하나다.

불과 이틀 전엔 빅테크가 SMR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사상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4일 구글은 미국 SMR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와 SMR 6~7기가 생산하는 500MW 규모 전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2030~2035년 SMR을 잇따라 건설하며 데이터센터를 운용할 계획이다.

세계 AI 시장을 선도하며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미국은 폐쇄했던 원전까지 다시 돌려야 할 만큼 전력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MS와 20년간 전력 공급 계약을 맺은 미국 최대 원전 기업 콘스텔레이션에너지는 전기 생산을 위해 2019년 문 닫은 835MW급 스리마일 원전 1호기를 2028년부터 돌리기로 했을 정도다.

빅테크 거물들이 투자한 SMR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움직인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운 테라파워는 지난 6월 와이오밍주에서 미국 내 첫 SMR 건설에 착수했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투자한 오클로는 지난 16일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설계 승인을 획득하며 주가가 하루에 4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전력 수요 급증에 ‘전기의 시대’ 도래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에어컨 보급 확대, 전기차 확산 등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전기의 시대’가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국제에너지기구가 내놓은 ‘2024 세계 에너지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지난해 예상치보다 2200TWh(테라와트시·6%)가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1GW 규모 원전 250개를 더 돌려야 할 만큼 수요 전망이 늘어난 것이다.

빅테크가 원전 르네상스를 이끄는 가운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위주 정책을 펴던 EU도 지난 15일 열린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원전 지지 입장을 내놨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제조업이 축소되며 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이 충분하다고 예상했던 유럽에서도 데이터센터 등 직접적인 전력 수요가 늘어나자 원전의 입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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