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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책&생각] 오래된 것으로 유혹하며, 다시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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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충북 충주 책이있는글터 내부 모습. 책 몇 권을 펴놓고 시작한 서점이 이렇게 컸다. 책이있는글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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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있는글터의 시작은 초라했습니다. 1992년 가을, 겨우 몇십 권 정도 책을 펼쳐놓고 독자를 기다렸으니 서점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기도 서점입니다’라는 자작시를 걸어두고 일주일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시집 한권 팔아 마침내 서점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70여평의 문화공간을 포함해 모두 4개 층을 사용하는 충주 최대의 서점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삼십년 넘게 꾸준히 단골로 남아 계신 분들 덕분입니다. 대를 이어 단골이라고 자랑삼는 분들, 타지로 나가 살다가 돌아와 책이있는글터가 남아 있어 다행이라며 반기는 분들 덕분입니다.



종종 그분들에게 책이있는글터는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합니다. 삼십년 넘게 ‘나에게 서점은 무엇인가’가 화두였다면, 이제부터라도 질문은 삼십년을 넘게 책이있는글터와 함께하고 계신 분들에게 ‘책이있는글터는 무엇일까’를 더 자주 생각해야 합니다.



2009년 가을부터 서점 3층에 문화공간을 마련하고 거의 매달 다양한 분야의 저자를 초청해서 강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강좌는 물론 동서양을 아우르는 철학 강의와 인문학 강좌, 그리고 몸 살림 운동 등 생활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만 이것만으로는 독자들의 마음을 잡아두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도서관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시민들을 위한 교양 강좌나 저자 초청 강연 등이 빈번히 열리고 있으니 서점 공간이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문화생활엔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나마 책이있는글터가 인문학 강좌나 초청 강연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삼십년 넘는 걸음이 기억하는 익숙함이나 오랜 시간 이웃으로 지내온 가벼운 의리 정도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책이있는글터는 무엇일까’에 정직하게 답하기 위해 ‘다시 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

책이있는글터 정문 모습. 책이있는글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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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문화평론가인 호르헤 카리온은 ‘서점: 세계를 이해하는 완벽한 장소’(이봄 펴냄)라는 책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이 가진 매력을 설명하면서 푸아의 싯구를 인용했습니다. 유용하고 적절한 인용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은 흥분시키고 오래된 것은 유혹한다.”



서점은 태생적으로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동시에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한 해에 대략 6만 종이 넘는 신간 도서가 쏟아져 나오고, 현재 유통되고 있는 도서는 60만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새것과 오래된 것이 공존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책장에 어떤 것을 남겨 두고 오래된 이야기와 함께 사는 지혜를 전해줄지, 어떤 것을 새로 들여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과 방향을 보여줄지를 결정하는 것은 서점의 몫입니다. ‘책이있는글터는 무엇일까’라는 독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기 위해서라도 정성을 들여야 할 일입니다.



충주/ 이연호 책이있는글터 대표







책이있는글터



충북 충주시 국원대로 191



instagram.com/ibookm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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