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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멈춰선 불광동 민간임대…임차인은 입주?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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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철근 누락' 사태에 시행사-시공사 갈등
"준공 승인만 앞뒀다"지만…1년째 제자리
HUG, 보증사고 처리…보증금 환급이행 중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장기 민간임대 아파트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치열하다. 이곳은 대우건설과 대우에스티가 시공하고 이노글로벌이 시행을 맡은 사업장이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부실시공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을 이어가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달 말 감정기일이 잡혀 소송전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12월 입주 예정이던 단지는 올해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보증사고 판정도 받았다. 시행사 측은 HUG가 계속사업이 아닌 환급이행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HUG는 신청자에 한해 환급이행을 실시했으며 시행사에 상환요청할 예정임을 밝혔다. 남은 계약자들은 입주를 기다릴지, 환급 받을지 혼란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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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푸르지오 발라드 공사 현장 모습 (2023년 10월) /자료=대우에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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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부실시공 탓" vs 시공사 "준공 승인에 미협조"

'은평 푸르지오 발라드'는 서울 은평구 불광1동 일대에 최고 17층, 145가구 규모로 들어서는 장기일반 민간임대 아파트다. 10년간 전세 또는 반전세로 장기 임대한 뒤 분양전환을 선택할 수 있다. 임대계약 때 매매 예정 금액의 10%만 내고 잔금 90%를 10년 뒤 납부하는 조건으로 분양을 확정하거나, 10년 장기 임대한 후 당시 시세의 90%로 분양받는 방식이었다.

지난해 8월 임차인 모집공고에 따르면 이 단지의 준공 예정일은 그 해 11월 초였다. 전체 가구의 20%인 약 30가구가 12월부터 임차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의 기둥 7개에서 띠철근 누락이 발견됐다. 시공사 대우에스티의 모회사인 대우건설은 "작업자들의 오시공"이라며 "보강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공사 지연 및 부실시공 여부를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가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공사는 멈춰 섰다. 시행사인 이노글로벌은 올해 1월 대우건설을 고발했다. 명백한 중대 부실시공이라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주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저조한 분양률로 손실을 본 시행사가 시공 품질을 문제 삼아 준공 승인 서류에 날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임차인 모집 당시 임대보증금은 최고 6억2100만원(전용 59㎡) 수준이었다. 8월 1차 모집(120가구) 때 421명이 신청해 평균 3.5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10월 2차 모집(71가구)엔 185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2.6대 1이었다. 하지만 계약 포기가 이어져 실제 계약자는 30명 남짓이었다.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채무를 인수한 대우건설은 약 635억원을 대위변제한 뒤 이노글로벌에 구상금 채권을 상환하라고 청구했다. 상환하지 않으면 주식 근질권을 실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노글로벌은 이를 막고자 주식질권 실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5월 법원이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한 감정기일이 잡힌 게 이달 말이다.

이정규 이노글로벌 부사장은 "분양이 안 돼서 책임을 떠넘긴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공사비도 준공 미이행에 따른 기성금 10%를 제외하고 90%를 지급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오래전에 공사를 마쳤음에도 시행사의 미협조로 현재까지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법적책임과 관련해 정식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인데 법정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행사가 지급했다는 공사비는 시행사가 빌리고 당사가 보증을 선 대여금으로 지급한 것"이라며 "시행사의 준공 방해로 당사가 PF 잔액 전부를 대위변제했다. 실제로는 현재까지 공사비를 못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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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보증금 보증사고 안내문 /자료=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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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올라 갈 곳 없어" 임대이행 원하는 시행사

준공이 완료되지 못하면서 입주예정자들도 난감해졌다. 한 계약자는 은평구청 민원을 통해 "입주도 하지 못하고 계약금도 받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계약자 수가 저조하니 사업 자체를 포기하게 하려는 것 같다. 승인권자인 은평구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구청 관계자는 "당사자 간 계약에 대한 내용으로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 갈등이 첨예하게 치닫자 입주 예정자들은 재판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약속한 날짜에 입주할 수 없게 돼 계약이 만료되면서 발걸음을 돌린 계약자가 20명 남짓이다. 나머지 15명 가운데 일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계약금을 돌려받았고, 다른 일부는 준공 승인이 난 뒤 입주할 계획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7월1일 자로 보증사고 처리를 결정했다. 공정률 92.7% 수준에서 시공이 6개월 이상 중단됨에 따른 조치다. HUG는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에 따라 계속사업 또는 환급이행을 결정한다. 시공사가 공사를 마치거나 HUG가 사업권을 가져와 임대계약을 이행하는 방법 또는 계약자에게 보증 금액 한도만큼 되돌려주는 방법이다.

HUG는 8월19일 계약자들에게 환급이행 결정을 통보했다. 현재까지 계약자 4명이 HUG로부터 환급이행을 받았다. 이노글로벌은 계약자 대부분이 임대이행을 원하는데 HUG가 의견수렴 없이 환급이행을 강행한다고 주장했다.

이정규 부사장은 "계약 만료된 약 20명에 대해서는 시행사 부담으로 300만원의 이사비용을 지급했다"며 "남은 15명 중 11명은 입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자들이 기다리는 동안 은평구 집값이 10% 이상 올랐다. 10년 뒤 분양전환을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HUG가 향후 건물을 임의로 매각할 경우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HUG는 계약자의 요구에 따라 환급이행을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사고 요건이 갖춰져 이행 예고를 한 뒤 시행사에 조치계획을 요청했는데 미진했다"며 "이행청구를 한 임차인에 대해 환급이행을 실시했다. 전세 보증과 비슷한 개념으로 신청자에 한해 환급이행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HUG는 임차인에게 돌려준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건물을 공매할 권리를 갖게 된다"며 "시행사가 상환요청에 응하면 공매로 넘어가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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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푸르지오 발라드 조감도 /자료=이노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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