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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트럼프 “우크라전쟁은 젤렌스키 탓”…기세 오르자 막말 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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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제79회 알프레드 E 스미스 기념재단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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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승부를 가를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최근 치고 나오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일 선거 유세, 타운홀 미팅, 미디어 인터뷰 등으로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그의 돌발적 발언 스타일이 대선 막판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패트릭 벳-데이비드(PBD)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두고 “그는 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전쟁의 패배자”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책임을 젤렌스키 대통령 탓으로 돌리는 발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는 제가 본 최고의 세일즈맨 중 한 명”이라며 “그가 들어올 때마다 우리(미국)는 그에게 1000억 달러(약 137조 원)를 준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대통령이) 그 전쟁을 선동했다.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미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 전쟁 침략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수사(修辭) 패턴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반복되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저는 전쟁이 멈추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또 지난 15일 출간된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의 책 『전쟁』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 재임 당시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비밀리에 푸틴에게 보냈으며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최소 일곱 차례 통화했다는 내용이 폭로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 시작 두세 시간 전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팀 쿡)가 ‘유럽연합(EU)에서 과징금 150억 달러가 부과된 데 이어 또 20억 달러의 과징금을 받았다’고 말했다”며 “나는 그들이 (과징금을) 미국 기업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에는 “사랑의 날”



트럼프는 전날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자신의 추종자들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일으킨 2021년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를 두고 “사랑의 날”(the day of love)이라고 지칭했다. 특히 “그곳에는 총이 없었다. 우리에게는 총이 없었다”고 해 의사당을 공격한 세력을 ‘우리’라고 언급했다. “의회까지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행진했다.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대중의 상식과는 다른 트럼프의 정제되지 않은 듯한 화법에 그의 주변 인사들은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측근들은 유세 과정에서 성급하고 산만한 그의 발언 스타일이 격전지에서 불필요하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해리스 “트럼프 가스라이팅에 미국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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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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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점점 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 난입 사태를 “사랑의 날”이라고 부른 것을 맹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경찰관 140명을 폭행하고 건물을 파손한 의사당 폭동은 비극적인 날이자 끔찍한 폭력”이라며 “미국인은 그(트럼프)의 가스라이팅에 지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만하라. 우리는 페이지를 넘길 준비가 됐다”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연방 대법원이 지난 7월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공적 행위에 대해 폭넓은 형사상 면책 특권을 인정하는 결정을 한 것을 거론하며 “가드레일(안전장치)이 없는 트럼프를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불안정한 이미지를 부각하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 프레임을 씌워 유권자들의 경각심을 자극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어프렌티스’ 홍보담당 “트럼프란 괴물 만들어”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국적 유명 인사로 띄운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홍보를 맡았던 존 밀러 전 NBC 마케팅 담당 이사는 이날 유에스뉴스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를 실제보다 더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게 해 가짜 이야기를 만들었다. 우리가 만든 트럼프 이미지는 과장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밀러 전 이사는 ‘우리가 괴물을 만들었다: 트럼프는 어프렌티스를 위해 만들어진 TV 판타지였다’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마케팅에 성공했지만 트럼프가 성공한 지도자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해를 끼쳤다. 깊이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을 강하게 권한다. 나라도, 여러분도 더 나아질 것”이란 권유와 함께 끝을 맺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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