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도 유가 하락… 국내 정유사들 재고 손실 우려
정제마진 약세에 적자 확대… 정유업계 4분기 전망도 어두워
유가 하락 직격탄 맞은 K-정유… 재고 손실·수익성 악화
국내 정유업계가 3분기 국제유가의 변동성과 정제마진 약세로 인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안과 원유 수요 부진이 맞물리면서 적자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4분기 실적 반등 여부도 불투명해, 정유업계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가격은 지난달 배럴당 68.17달러로 지난해 9월 말(90.79달러) 대비 24.9% 하락했다. 특히 지난달 10일에는 연중 최저점인 65.75달러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가격도 4월 배럴당 80~90달러에서 최근 70달러대로 내려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간 긴장 고조 등 중동 정세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중동 지역에서 지정학적 사건이 발생하면 유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는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원유 수요 둔화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석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이 원유 생산을 확대해, OPEC의 주요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정유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유사들이 높은 가격에 원유를 구매한 후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 평가 손실이 발생해 추가적인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유사들이 상당한 재고 손실을 입고 있다. 특히 3분기에는 실적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제마진(정유사들이 석유 제품을 판매해 얻는 순이익)의 약세도 3분기 실적 부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올해 1분기 배럴당 7.3달러에서 2분기 3.5달러, 3분기 3.6달러로 줄어들었다. 10월 초 기준으로는 2.46달러까지 떨어져,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4~5달러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의 3분기 실적은 부정적일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영업손실이 약 1,583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이다.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32.15% 감소한 1조 2,918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S-Oil)도 3분기 영업손실이 약 2,66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5,689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합산 영업손실이 2,835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업계는 4분기 실적 역시 암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4분기 수출경기 전망에서 석유제품의 전망지수는 70.6으로, 전산업 평균인 103.4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3분기보다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석유제품은 3분기에도 전망지수 71.8로 중화학공업 중 유일하게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이를 통해 석유제품 수출의 4분기 전망이 여전히 부정적임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가 11월 아시아향 공식원유판매가격(OSP)을 갑작스레 0.9달러 인상하면서 원가 부담도 커졌다"며 "미국 항만 파업 등의 일시적인 공급 차질은 있지만, 내년에도 설비 증설 등으로 수급 밸런스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정훈 기자 sjsj163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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