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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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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소비 순풍에 순항하는 美 경제…강달러도 피벗 전으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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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소비와 고용의 순풍에 '홀로 순항' 중이다. 여기에 미국 대선과 지정학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피벗(긴축 정책 전환)’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돈을 풀고 있는 유럽과 중국 등과는 대조적이다.



여전히 살아있는 美 내수…소매판매 ‘서프라이즈’



1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달 소매판매액은 7144억 달러(약 980조원)로 전월 대비 0.4% 늘었다. 이는 8월 증가 폭(0.1%)과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예상치(0.3%)를 모두 뛰어넘는 수치다. 월간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내수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소매판매액이 늘면 그만큼 경기 상황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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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성장엔진인소비활동.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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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격 변동성이 큰 자동차‧휘발유‧건축자재 등을 제외한 품목인 이른바 ‘컨트롤 그룹(control group sales)’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급증하며 시장 예상치(0.3%)를 큰 폭으로 넘어섰다. 전월 대비 증가 폭으로는 지난 3개월 중 가장 크다.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액 증가가 에너지나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컨트롤 그룹 소매판매는 국내총생산(GDP)과 개인소비지출(PCE) 집계에도 활용되기 때문에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또 같은 기간 식음료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1% 급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현재 소득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음료 판매가 급증한 것은 미국 경제의 ‘지갑’이 여전히 두툼하다는 뜻이다.



실업수당 청구도 예상치 미달…“물가 자극 우려”



우려를 낳았던 고용 지표도 아직은 양호했다. 같은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2주차(10월 6~1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1000건으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만건)에 못 미쳤다. 특히 허리케인 영향으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늘어났던 전주(26만건) 대비 약 1만9000건이 줄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적으면 그만큼 실업자 수도 많지 않다는 의미로 향후 실업률 수치 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경제 ‘노랜딩(No Landing·금리 인상에도 경기 침체가 없는 상태)’ 시나리오도 부각됐다. 오히려 경기 확장세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라는 기름까지 부으면서, 간신히 잡혔던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미국 물가 안정은 에너지 비용 하락 때문인데, 이마저도 중동에서 전쟁이 확산하면서 최근 미국 미시간대가 조사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금리 인하를 통해 수요를 자극하면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빠른 경기 둔화 우려에 ECB 또 금리 인하



여전히 뜨거운 미국 경제와 달리 유로존은 경기 하강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ECB는 통화정책회의를 가진 후 “3대 핵심 정책금리(예금금리 3.5→3.25%, 기준금리 3.65%→3.4%, 한계대출금리 3.9%→3.65%)를 모두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 6월 처음 피벗을 시작한 후, 지난달과 이달까지 3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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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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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가 금리를 또 낮춘 것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전월 상승 폭(2.2%) 대비 크게 둔화했다. 당초 ECB는 내년 말에나 물가 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할 거라 내다봤지만, 예상보다 경기 둔화세가 커지면서 물가 하락 속도도 빨랐다. 실제 유로존 8월 무역수지는 46억 유로(약 6조8400억원) 흑자로 전년 동월(48억 유로) 대비 감소했다.



홀로 美 경제에 환율 피벗 이전으로, 금값 사상 최고



미국 경제만 강세를 이어가면서, 달러 값이 Fed 피벗 결정 이전 수준으로 다시 복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7일(현지시간) 103.83로 마감하며 지난 8월 1일(104.42) 이후 가장 비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값은 전 거래일 대비 1.05원 하락한 1369.65 기록했다. 18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월 13일(1370.4)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달러대비 엔화가치도 하락 세다. 이날(오후 3시 30분 기준) 달러 대비 엔화 값도 149.91엔으로 150엔대 코앞까지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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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미국 대선 불확실성 커지고,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의 나홀로 독주가 계속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경제 불확실성 확산에 안전 자산인 국제 금값은 이날 장 중 한때 2702.11달러(약 370만6000원)까지 치솟았다. 금값이 온스 당 27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근원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2%)보다 높은 상황에서, 경기 활황이 계속된다면 Fed가 올해 2차례 더 예상된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하를 미리 반영했던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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