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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배달앱'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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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 배달앱 폭리 논란
이중삼중 수수료에 배달앱 떠나
자체앱 혜택 강화로 앱주문 유도


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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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배달 없이 어떻게 살…만하네

저에겐 최근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노 배달'입니다. 8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약 2개월간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 않기로 한 건데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배달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하던 맞벌이 부부로서는 큰 결심이었습니다.

사실 배달 음식을 끊은 데에는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여름 휴가에서 꽤 많은 지출을 했기에 당분간 생활비를 좀 아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집에서 요리를 해 먹으면 확실히 돈이 덜 들어가거든요. 주 1회 장을 보면 식료품비로는 8만원에서 10만원 정도가 드는데, 요즘 배달 물가를 고려하면 2~3번 시켜 먹으면 끝나는 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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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작할 때는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요리야 늘상 해오던 것이니 큰 부담은 없는데, 치킨이나 피자, 족발 등 배달 음식이 땡기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단순히 습관처럼 주문하던 배달이 사라지면 어색하겠다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이게 웬 걸, 2개월이 지났지만 크게 불편한 게 없더군요. 집에서 해 먹기 어려운 음식이 먹고 싶을 땐 외식을 하거나 가끔은 퇴근 길에 사 들고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오늘 뭐 먹지'를 조금만 일찍 고민하면 배달앱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죠. 배달 없는 세상은…살 만했습니다.

배달앱 떠나는 외식업계

배달앱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게 저뿐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SNS에도 수많은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모두 지웠다", "배달앱에서 탈퇴했다"는 인증이 줄을 지어 올라옵니다. 저처럼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 '노 배달' 결심을 한 분들도 있지만 배달앱의 횡포 때문에 배달앱을 지웠다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로 '갑질'을 일삼는 배달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최근 논란인 '이중가격제' 역시 근본적인 문제는 배달앱 수수료입니다. 배달앱들이 배달비에 더해 수수료까지 챙겨가면서 음식을 만든 업주는 재료비만 간신히 건져가는 일이 반복되자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보전할 의무가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 음식에는 가격을 따로 책정하겠다고 나선 거죠.

지난 10일에는 BHC·BBQ·교촌치킨·굽네치킨·푸라닭 등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5개 가맹점주 협의회 대표들이 모여 배달의민족 보이콧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민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큰 결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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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들은 배달앱 대신 자사앱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중개수수료가 나가지 않아 점주는 수익이 늘고, 본사가 할인 쿠폰·무료배달 등의 혜택을 제공하니 소비자도 보다 저렴하게 치킨이나 햄버거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9월 버거킹의 앱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9.9% 늘었고 맥도날드와 롯데잇츠도 각각 25%, 14% 증가했습니다. BBQ는 앱으로 일정 금액 이상을 주문하면 치킨 반 마리를 더 주는 이벤트를 열었고 bhc는 앱에서 대표 메뉴 '뿌링클'을 10년 전 가격인 1만70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배달앱 등장 전 각 매장에 전화해 주문을 하던 것처럼 전화 대신 자체앱으로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 정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공생 : 서로 상생을 위해 협력하는 행위

하지만 자체앱이 배달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자체앱 운영이 가능한 건 확실한 충성 고객이 많은 몇몇 대형 프랜차이즈 뿐입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는 소비자들은 자체앱보단 다양한 먹거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는 배달앱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앱들은 가맹점주들에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을 멈춰야 합니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우아한형제들이 수수료를 별다른 설명 없이 3%포인트씩 올리면서도 "업주 부담을 줄였다"는 식으로 말하면 비판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쿠팡이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자를 강조하지만 모기업인 쿠팡은 지난해 6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냈습니다. 객관적인 근거를 갖고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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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달앱에 입점한 업주들도 '억울하기만 한' 입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방문포장이나 전화 주문 고객을 홀대하면 소비자는 손 편하고 마음 편한 배달앱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앱이 사라지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배달앱이 등장하기 전엔 배달 기사를 고용하고, 전단지를 만들어 뿌렸습니다. "내가 왜 배달비를 부담해야 하냐"며 소비자와 각을 세울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배달앱 업체들과 가맹점주들 간 논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개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또한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닙니다. 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부가 수수료율을 정해준들, 누군가는 납득하지 못할 겁니다. 결국 이런 문제는 당사자 간에 해결을 봐야 합니다.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함께 살며 서로 도움을 주는 공생관계입니다. 말미잘은 흰동가리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해 주고, 흰동가리는 말미잘에게 먹이를 '배달'해 줍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상대방의 이익까지 챙겨야 공생관계가 오래갈 수 있습니다.

배달앱과 외식업체도 비슷합니다. 둘 중 하나가 타격을 받으면 다른 하나도 타격을 받습니다. 배달앱과 외식업이 일방적으로 한 쪽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관계가 아닌, 상호 이익을 누리는 공생관계로 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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