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0 (일)

당신이 어느 날 눈뜨니 정신병원에 묶여 있다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모두가 구원을 바란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카이노오와리. 일본어로 ‘세상의 끝’이란 뜻이다. 일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유명 밴드다. 이 팀의 메인 보컬이면서 작사·작곡·프로듀싱뿐 아니라 뮤직비디오·공연 연출까지 책임지는 후카세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정신질환이 심해져 폐쇄병동에 갇혀 1년을 보낸다. 세상의 가장 깊은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모습. 오히려 그 끝에서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게 된다. 정신병동 사람들과 친구가 되면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후카세. 퇴원 후 어릴 적 친구들을 모아 밴드를 만들었고, 세카이노오와리는 2011년 메이저 데뷔 후 일본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안에 7만석 공연장을 연속 매진시킨 최고의 아티스트가 된다.



이탈리아의 다니엘레는 어느 날 눈을 뜨니 정신병원에 묶여 있다. 왜 여기 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 누군가의 선택으로 정신병원에 갇힌 것이다. 실존 인물인 다니엘레가 정신병원에 갇혔던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고, 이를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었다. 이탈리아 드라마 ‘모두가 구원을 바란다’이다.



다니엘레가 입원한 곳은 6인실. 그의 눈에 다른 환자들 상태는 너무 안 좋다. 양극성 장애가 있는 여장 남자,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남자. 거구의 지적 장애인. 심지어 가족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가 있는 남자도 있다. ‘불쌍하지만 역겨운 사람들. 내가 왜 이런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가. 나는 정말 이런 곳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6명 중 다니엘레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란 걸 알 수 있다. 끝없는 분노와 폭언, 통제되지 않는 집착과 광기, 거기다가 잃어버렸던 기억들이 조금씩 돌아오면서 다니엘레는 더욱 괴로워한다.



드라마는 병원에서 눈을 뜬 일요일부터 병원을 나가는 다음주 토요일까지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날짜별로 7회에 걸쳐 담았다. 이탈리아 드라마 특유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출이 돋보인다. 민감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면서도 따뜻한 감동을 준다.



사실 폐쇄병동에서 하는 치료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고, 난동을 부리면 결박한다. 가끔 신경안정제나 진정제를 투여한다. 정신질환이 신체의 다른 부위처럼 외과적 수술이나 약물만으로 치료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니엘레는 조금씩 병원에 적응하며 다른 환자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다.



세카이노오와리의 노래 ‘알피지’(RPG)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하늘은 맑게 개었고/ 우린 파란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섭더라도 괜찮아/ 우린 혼자가 아니야” 살다 보면 나와 상관없다고 믿었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 인생에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법이다. 우리도 언제든지 그들처럼 아플 수 있다. 누구에게나 절망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부분의 과학적·경제적·예술적 성과들은 누군가의 광기와 집착에 기인한 것이다. 과연 정상적인 사고란 무엇일까? 함께 구원을 찾는 이 드라마를 통해 답을 얻어보자.



씨제이이엔엠 피디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행운을 높이는 오늘의 운세, 타로, 메뉴 추천 [확인하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