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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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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도둑"이라 했다고 학폭 징계…法 "학폭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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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고등학교 교실(자료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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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잃어버린 친구의 무선 이어폰(에어팟)을 찾다가 또 다른 친구를 도둑으로 몰았다는 이유로 징계받은 고등학생이 행정소송을 내 승소했다. 재판부는 "'도둑'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학교폭력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행정1-3부(부장 장유진)는 고교생 A군이 인천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지난 2월 학폭위가 A군에게 내린 서면 사과·특별교육 2시간 이수·보복 금지 등 징계도 취소됐다.

사건은 A군이 친구에게서 무선 이어폰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듣고 같이 찾으러 다니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당시는 교내에서 고가인 무선 이어폰이 사라지는 일이 잦아 학생들 모두가 예민한 시기였다고 한다.

A군은 B군의 태블릿 PC로 '나의 무선기기 찾기' 기능을 켰고 같은 반 C군 가방 주변에 무선 이어폰이 있다는 신호를 발견했다. 이후 A군은 C군에게 양해를 구하고 C군 가방을 열었고 B군의 에어팟을 찾았다.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친구들은 C군이 훔쳤다고 의심해 몸싸움을 했다. 이 과정에서 C군을 향해 "도둑"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증언도 있다.

학교장은 보름 뒤 A군 등을 학폭위에 회부했고 인천시 모 교육지원청 심의위는 올해 2월 징계를 의결했다. 심의위는 "A군이 C군을 향해 도둑이라고 말했다"며 학교폭력이 맞다고 봤다. 징계 사유에는 '명예훼손에 따른 학폭'이 적혔다.

그 사이 C군은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지만 무혐의(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C군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타인이 C군 가방에 문제의 무선 이어폰을 넣어놨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A군은 "C군에게 도둑이라고 말한 적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학생들 사이에 "도둑"이라고 말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고, 그렇다고 해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군이 '도둑'이라 말했는지 여부에 대해 목격자 진술이 엇갈린다"며 "만약 A군이 도둑이라는 말을 했다면 친구들이 몸싸움까지 하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학교폭력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그런 행동에는 적절한 지도를 해야 하고 학교폭력이라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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