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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번엔 ‘피시플레이션’ 비상…“따뜻한 바다에, 전어 씨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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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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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에 사는 김승준 씨(32)는 19일 주말을 맞아 아내와 함께 가을 제철 생선인 전어회를 먹으려다 고민에 빠졌다. 수산물 유통 플랫폼을 통해 둘러봤지만 전어를 단품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찾아내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쌌다. 결국 김 씨는 단골 횟집에서 전어, 광어, 참돔, 연어 등이 함께 구성된 모둠회를 주문했다. 김 씨는 “정작 전어는 몇 점 되지 않아서 맛만 봤다”며 “가을 한 철만 즐길 수 있는 생선이라 기대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폭염으로 농산물에 이어 수산물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는 고수온 현상 때문에 조업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전어·꽃게 등 가을 제철 수산물은 물론 광어, 농어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횟감 생선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올해 전어를 판매하지 않거나 판매 물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가을 전어회 판매를 아예 하지 않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전어 조업 상황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감소해 가격이 3배가량으로 폭등했다. 올해는 전어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전어회(180g·2만3980원), 전어 세꼬시(180g·1만8980원) 제품을 전년과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물량을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홈플러스도 구이용 전어의 물량을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판매하고 있다.

수산시장에서도 전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전어회 400g 소(小)자 상품을 한 접시 5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같은 상품을 3만 원대에 판매했다고 한다. A 씨는 “가을철 전어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찾는 횟감이었는데 어획량이 줄면서 전어의 1kg 당 도매가가 2배 이상 올랐다”며 “손님들도 잘 찾지 않아서 구색을 맞추기 위해 가져다 놓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을철 대표 수산물인 꽃게도 이달 초 들어 어획량이 50%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꽃게 어획량이 50% 정도 감소해 유통채널로 출하되는 물량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대형마트에서는 사전 계약한 선단(船團)을 통해 물량을 겨우 확보해 판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기준 전어 1kg의 가격은 1만7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184% 올랐다. 암꽃게도 1kg 기준 1만7200원으로 전년 대비 219% 올랐다. 자연산 광어와 자연산 농어도 1kg 기준 가격이 각각 3만3600원, 2만800원으로 전년 대비 91%, 81% 올랐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5~11일) 남해안 수온은 24.2도로 평년보다 2.2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동해안 수온은 23도, 서해안은 23.1도로 각각 평년치보다 1.8도, 1.9도 높았다. 고수온으로 인해 어패류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고수온으로 폐사한 홍합은 18일 기준 2245줄로 집계됐다. 폐사한 굴은 7628줄로 전년(916줄) 대비 8배 넘게 늘었다. 1줄은 약 14만2000마리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산물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할인행사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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