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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행동주의’ 얼라인 “두산밥캣, 내달까지 1.5조원 특별배당 계획 등 입장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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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두산밥캣에 보낸 주주서한 전문을 공개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을 다시 추진하지 말고, 이때 활용하려고 했던 현금성 자산을 주주환원에 쓰라는 것이 골자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이사회에 오는 11월 15일까지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했다. 두산그룹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다시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서한이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조선비즈

두산밥캣의 스티어-스키드 로더. /두산밥캣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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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창환 대표 명의로 보낸 주주서한에서 두산밥캣 지분 100만3500주(지분율 1%)를 보유한 주주라고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의 두산밥캣 지분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 431억5000만원어치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 6개월 전부터 의결권 있는 상장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주주 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2025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염두에 두고 주주서한을 보낸 것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이 뛰어난 재무적 성과에도 기업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두산그룹이 인수했던 2007년 두산밥캣의 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가 11.4배였는데 이달 현재 2.8배 수준이어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그 이유로 두산밥캣 이사회의 독립성 우려와 전 세계 동종 기업 대비 낮은 주주환원율에 있다고 봤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그러면서 4가지를 요구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재추진하지 않겠다고 공표할 것 ▲주식매수청구권에 활용하기로 했던 1조5000억원 관련 특별배당 계획을 즉시 발표할 것 ▲전 세계 동종 기업 수준의 주주환원율을 골자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내 발표할 것 ▲이사회 구성의 개편과 독립성 확보 조치를 마련할 것 등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는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밑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주식을 교환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비상장 자회사로 만드는 것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소액주주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지적이 이어지면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은 철회된 상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이나 두산로보틱스 입장에선 두산밥캣의 주가가 낮으면 낮을수록 주식 교환 비율 관점에서 유리하다”며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 재추진 여부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상 이런 가능성은 주가에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또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와 주식 교환 과정에서 주주들의 매수청구권에 대응해 최대 1조5000억원을 집행하기로 했었는데, 이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이 기존의 설명과 달리 이익 유보금을 주주환원에 당장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2025년 3월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2024년도 결산배당의 일부로 포함할 계획을 즉시 발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의 주주환원율도 장기적으로 높아져야 한다고 봤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캐터필러, 디어 앤 컴퍼니(브랜드명 존 디어), 일본 구보타 등 동종기업의 최근 5년(2018~2023년) 주주환원율은 약 60~70%다. 두산밥캣의 주주환원율은 2018년 34.1%에서 지난해 17.7%로 감소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사회 변화도 주장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철회되긴 했지만, 이번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 결의 이후 두산밥캣의 현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주의 영향력에 좌우될 수 있다는 의구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 현 이사회 구성의 의미 있는 개편과 사외이사후보 주주추천제도,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자문단 설치 등의 제도적 조치를 발표해달라”고 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다음 달 15일까지 이사회가 입장을 발표하지 않거나, 그 내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추가 조처를 취하겠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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