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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사설]‘북한군 러 파병’이 불러올 한반도 안보 불씨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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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러시아 극동 지역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러시아 보급품을 받는 모습을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공개했다. X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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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병했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밝혔다. 북한군의 첫 대규모 해외 파병은 국제사회 안보 지형과 한반도 안보에 불씨를 드리우는 ‘중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8~13일 청진·함흥 등지에서 러시아 상륙함·호위함 7척을 이용해 특수부대 1500명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시켰으며, 이들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돼 전선 투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관련 위성사진들도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최종적으로 4개 여단 1만2000명 규모의 병력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는 극동 지역에서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는 영상과 한글로 군복·신발 치수를 묻는 설문지 사본을 공개했다. 다만 미국은 북한군 파병을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파병이 사실이라면 무기·장비 지원과는 차원이 다르고, 러시아의 무조건적·즉각적 철군을 요구한 유엔총회 결의를 어긴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징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의 어떤 우방국·동맹국에서도 없던 북한의 ‘파병’ 정황은 북·러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밀착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그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정찰위성 등에 대한 첨단 기술을 전수하고, 북한 무기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 요인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과 제재에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 북·러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속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을 근거로 북한이 참전을 결정했듯, 러시아도 향후 한반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한반도는 상시적으로 한·미와 북·러 간 대결 구도가 될 판이다.

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건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러시아의 반발만 키우고 한국 스스로 한반도를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내몰 이유가 없다. 당장은 한·미 동맹을 통한 대응론이 부각되겠지만, 궁극적으로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외교안보 틀을 짜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에 공을 들여야 하고, 북한·러시아와의 관계도 포기해선 안 된다. 한반도의 안보 위기를 어떻게 관리·제어할지 냉철하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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