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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AI법 제정 본격화 전망... 전문가들 "1등 규제 아닌 1등 기술확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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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AI기본법 주요 발의안 내용/그래픽=임종철



최근 노벨상 수상자로 AI 연구자들이 대거 선정되며 AI(인공지능)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무기라는 점이 증명됐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AI 기술패권 경쟁에 본격 나서기 위해 AI기본법을 제정, 산업·기술 진흥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에서도 AI 인프라 구축 및 기술경쟁력 제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등 AI기본법 제정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AI 기술 및 산업계가 과도한 규제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세심한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출범한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AI기본법안은 11개다. 이들 법안은 고위험 AI, 생성형 AI 등 주요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에서부터 국가AI위원회 및 AI안전연구소 등 법정기구 설립 근거, AI 산업 육성 및 인재양성 원칙, AI 안전성·신뢰성 확보 의무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 특히 규제 관련 내용에서는 차이가 꽤 크다. 예컨대 권칠승 의원안은 사업자에게 고위험 AI 여부를 주기적으로 검증·인증 받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금지된 인공지능' 관련한 규정을 위반할 때 최고 5년 징역형 등 처벌 규정도 담았다. 또 조인철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AI제품의 고장·결함 및 이용자의 오용으로 인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비상정지' 기능을 도입하라는 규정이 있다. 이들 모두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들 11건의 법안 내용은 결국 산업 진흥과 안전 규제 중 어디에 더 방점을 두는지로 나뉜다. 전문가들은 AI산업·기술의 진흥과 AI 신뢰성·안전성 확보를 하나의 기본법 체계에 모두 담되 규제 관련 규정은 진흥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원칙을 선언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경진 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과대학 교수)은 "AI가 발전을 거듭할수록 AI가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며 "과감한 산업 진흥과 혁신을 가능케 하는 조항과 함께 안전망 확보장치가 기본법에 규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영역별로 발전 속도 및 위험성이 다른 AI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적·추상적 위험에만 초점을 두고 AI 전체를 아우르는 규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어느 수위의 규제를 세울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영역·용례별 위험성을 논의하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장준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한국이 AI G3(주요 3개국) 기술 패권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SWOT(강점·약점 및 기회·위험요인) 분석을 통해 우리가 주력해야 할 부문을 다뤄야 할 것"이라며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심구역 또는 샌드박스 등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은 AI 연구개발을 시도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등 적극적인 육성 지원 책이 담기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장 변호사는 "AI 위험과 관련한 기본법 규정은 원칙과 방향을 선언하는 수준으로 그치되 구체적인 대응은 기존 법제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 N번방 사건이 터진 후 정보통신망법이나 각종 형사법에 가중처벌 조항이 도입된 것처럼 제조물 책임법 등 안전 규제법에 필요에 따라 규제를 마련하는 게 적시적이고 적절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고환경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역시 "지금 우리는 세계 1등의 규제를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세계 1등 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딥페이크 등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범죄 행위 및 범죄자들에게 있다. 범죄 행위와 범죄자에 핀포인트식 메스를 대면 될 일을 AI 전체의 위험인 것처럼 규제를 도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현재도 많은 AI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흥 정책에 비해 과도하게 규제 쪽에 무게를 둔 입법 및 정책은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AI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I 기본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은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감을 앞둔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 공청회를 비롯해 올 하반기 이후 과방위 위원들이 주최한 AI 관련 토론회·포럼은 6회에 이른다. 이달 종합 국정감사 후 연내 AI기본법 제정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같은 움직임 때문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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