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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올리브유도 적당히 먹어야… ‘올레산’ 축적되면 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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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특정 종양 성장 촉진 메커니즘 확인

고지방 식단과 암 성장 연관성

동아일보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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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유에 포함된 지방산으로 알려진 ‘올레산’이 대장암(CRC)처럼 비만과 연관된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량의 올레산을 포함한 고지방 식단이 특정 종양에 올레산을 축적시켜 암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올레산이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메커니즘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암 치료 단서가 발견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레야 바그치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올레산에 의해 종양의 산성도(pH)가 증가하면 종양과 연관된 대식세포(TAM)의 면역 활동이 억제되고 악성 종양인 암의 성장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에 18일 게재됐다.

종양 연관 대식세포는 고형암에 높은 빈도로 존재하는 면역세포 중 하나다. 세포의 찌꺼기, 이물질, 미생물, 암세포 그리고 비정상적인 단백질 등을 집어삼켜 분해한다. 림프구와 같은 다른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후천적인 면역 반응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올레산은 올리브유에 포함된 지방산의 주성분이다. 오메가-9 불포화지방산으로 올리브유가 가진 다양한 효능 중 혈압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레산에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고밀도지단백(HDL)이 풍부하기도 하다. 이로 인해 올레산은 체중과 건강 관리를 위한 대표적 식단인 지중해식 식단에 흔히 사용된다.

앞서 올레산은 다양한 암에 대한 항암 효과로 주목받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연구팀이 폐경기 여성 6만2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견과류의 일종인 피칸과 올리브오일을 통해 올레산을 풍부하게 섭취한 여성에게선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체내에 축적된 올레산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정밀한 작용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연구팀은 올레산이 체내에 미치는 다양한 역할에 주목했다. 특히 이 성분이 체내에서 비만과 관련한 생리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쥐를 사용한 동물실험을 했다. 대장암에 걸린 비만한 쥐에게 고지방 식단을 통해 올레산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했다. 비만은 대장암 발생 위험인자 중 하나다. 실험 결과, 체내에 들어온 올레산은 쥐의 몸속에 있는 대장암 종양의 산성도를 높였다.

종양의 산성도가 높아지자 종양 연관 대식세포에서 산을 감지하는 수용체인 ‘GPR65’가 활성화됐다. 이 수용체가 활동하면서 종양 연관 대식세포가 본래 지닌 염증을 억제하는 활동이 줄어들고 암의 성장이 촉진됐다. 올레산이 풍부한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쥐와 인간에게선 모두 대장암 종양 수치가 상승했다. 올레산 물질을 쥐에게 직접 주입했을 때도 대장암 종양이 빠르게 커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올레산이 지나치게 많이 축적되면 인간의 종양이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의 일종인 산화적 인산화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산성을 띤 부산물이 방출되고 암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더불어 비만일 때 종양 연관 대식세포의 산성화로 인한 암 성장 촉진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비만 환자의 종양이 더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를 밝혔다”며 “암을 치료하기 위한 잠재적인 치료 목표를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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