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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41〉기업은 공공분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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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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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선거, 국정감사 등 중요행사가 있으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준다며 이동통신기업에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한다. 이유가 뭘까. 국가자원인 주파수를 빌려 사업을 한다. 해외수출보다 내수시장에서 이익을 낸다. 정부 인허가, 등록이 필요하고 각종 규제를 받는다. 대규모 통신시설이 필요하다. 신규진입이 어려운 독과점시장이다. 그러나 수많은 이유를 들이대도 민간기업의 요금에 간섭할 법적 권한이 없다. 국민의 통신비를 지원하고 싶다면 국가예산으로 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과거에는 국민의 권리가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국가로부터 침해를 막는데 중점이 있었다. 민주화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국민 요구가 다양하게 증가했고 국가가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경제발전에 따라 기업역할이 중요해지고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계에 필요한 급여보장, 산업안전, 개인정보 보호 등이 그것이다. 국가는 국민이익 증진을 위해 국가가 수행했던 의무나 비용을 입법을 통해 기업에 넘겼다. 수익성이 없지만 오지, 낙도에 대한 통신서비스, 기업의 출연금을 재원으로 하는 발전기금 등이 있다. 이제 기업은 고객, 주주 보호 외에 사회적 가치도 실현해야 한다. 사회공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이름을 붙여 활동한다. 문제는 그런 활동이 수익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비용으로 간주되고 생색내기에 그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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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이소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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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공공분야의 어려운 문제를 기업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마이클 포터의 주장을 보자. 자연재해, 빈부격차, 전염병, 기후온난화 등 공공분야가 풀 수 없는 문제를 기업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용절감 및 수익창출 모델로 바꿀 수 있다. 기업이 재해현장에 로봇을 투입해 인명구조를 하고 대가를 받으면 수익도 창출된다. 정보기술(IT)기업이 비용을 부담해 민간 컴퓨터교육을 지원하면 IT인력양성이라는 공공분야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이동전화시장 초기에 단말기보조금은 많은 사람에게 통신의 자유를 향유하게 하는 사회적 기여에 해당하면서 신규고객을 늘리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샌델의 반론도 만만찮다. 공공분야의 문제를 상업적 방식으로 해결하려다간 시장폐해가 공공분야에도 생긴다. 기업이 공공분야를 사유화하면 적자보전 또는 수익창출을 위해 안전 등 공적 인프라를 위험에 빠트린다. 재해현장에 로봇을 투입할 때에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소극적 구조에 그칠 수 있다. 누가 옳을까. 기업혁신을 공공분야에 도입하기 위해 기업인을 대통령, 국회의원, 장차관으로 뽑기도 한다. 성공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기득권정치에 동화되거나 경제적 이권에 휘말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다. 민간이 한다고 공공기관에도 ESG를 도입한다. ESG가 없었기 때문에 기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던 걸까. 남의 옷이 멋있어 보인다고 내가 입어도 멋있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 등 비용만 증가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공공분야의 독자적 혁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술은 혁신수단에 그치고 혁신주체는 사람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업무환경이 우선이다. 공무원이 일을 하게 해야 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행정에 면책범위를 넓히고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직권남용보다 직무유기를 엄벌해야 한다. 기업혁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공공분야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에서 기업을 활용한 문제해결도 중요하다. 경계할 것은 정경유착에 의한 '무늬만 혁신'으로 나랏돈을 부정하게 낭비하는 것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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