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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이슈 이태원 참사

그 골목에 다시 선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함께 2주기 추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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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골목길에서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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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159명의 넋이 스러진 이태원 골목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된 건 1년 전이다. 희생자 고 이지현씨(참사 당시 23세)의 어머니 정미라씨(47)가 딸을 잃은 골목을 찾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참사 2주기를 며칠 앞둔 21일 정씨가 1년 만에 그 골목을 다시 찾았다. 어려운 발걸음이었다. 지난 번엔 골목 초입에서 서성이기만 했지만 이날은 용기를 내 가파른 골목을 올랐다. 한 유가족이 “여기서 아이들이 가장 많이 다쳤다더라”며 언덕께를 가리켰다. 함께 이태원을 찾은 친구의 손을 놓쳤다던 딸이 떠오른 정씨는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봐도 사고가 날 곳이 아닌데, 대체 왜.” 좁고 가파르지만 여느 골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길에서 정씨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참사 후 2년이 흘렀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사고에 ‘제대로’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정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이날 “진실을 향한 걸음을 함께해달라”며 이태원에 모인 이유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참사 현장 앞에서 ‘2주기 집중 추모기간’을 선포하고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진상규명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 위해선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유가협 운영위원장은 “이 골목에 서는 것이 아픈 이유는 그날의 아비규환이 귀에 생생히 들리기 때문”이라며 “그날 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미어터진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30년 전 이날(1994년 10월21일) 성수대교가 붕괴돼 32명이 사망하자 서울시장은 경질되고 국무총리는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며 “오히려 현재 책임있는 자들의 책임 없는 자세를 보며 정치가 30년 전보다 퇴보했다는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인파관리 대책을 왜 수립하지 않았는지’ ‘쏟아지는 신고 전화에도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등을 잊지 않고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1호 진정’을 넣었다.

특히 유가족들은 생존 피해자와 구조자들에게 ‘기억을 나눠달라’고 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참사의 생생한 목격자로서 너무나 중요한 존재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리지 않았다”며 “참사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으로 2차, 3차 가해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위해 그날의 기억이 계속 얘기돼야 한다”고 했다.

유가협과 시민대책위는 오는 29일까지 9일간 시민추모대회·행진·정책포럼·기도회 등을 열 예정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리는 26일에는 서울광장에서 ‘기억과 추모의 부스’를 열고 참사 생존자·목격자·구조자 등을 대상으로 상담도 진행한다.

그 시작을 알린 유가족들은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이같은 추모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붙였다. 연대를 청하는 마음을 담은 손길이 골목 곳곳에 가 닿았다.

경향신문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참사가 일어난 골목 벽면에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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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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