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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시장금리 요동쳐도 예금·대출금리는 '찔끔'…은행 '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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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금리, 7월 이후 요지부동…예대금리차 확대 부담 느껴

하반기 은행채 하락과 대비…움직임 둔화하는 연말 겹친 영향도

아주경제

서울 시내에 설치된 국내 주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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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국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등 금융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지만 국내 은행은 전략적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로 접어들면서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2개월 만기)는 연 3.35~3.37%다. 우리은행만 연 3.37%를, 나머지 은행은 연 3.35% 금리를 제공한다.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7월 말부터 현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7월 신한·KB국민·하나은행은 차례로 연 3.4% 수준이던 금리를 0.05%포인트씩 내렸고 우리은행도 7월 31일 이후 연 3.37%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달 말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정기예금 금리에 변동을 줬지만 2주 정도 뒤 다시 돌아왔다.

통상적으로 은행은 기준금리나 시장금리 변화에 맞춰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조정한다. 정기예금을 비롯한 수신 상품이 채권과 더불어 은행 자금 조달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만큼 금리 변수 외에 전략적 판단도 작용한다. 주기를 정해 놓지 않고 조절이 가능한 만큼 시장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올해 하반기 들어 시장금리에 변동성이 커진 것을 고려하면 3개월가량 정기예금 금리가 그대로인 것은 이례적이다. 채권을 통해 조달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유지할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7월 중하순께 연 3.3%대 중반에 머물던 1년물 은행채 금리는 이달 들어 연 3.2%대 초반까지 0.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최근 예금 금리를 높여 자산 규모 확대에 나선 저축은행과 비교된다. 일부 저축은행은 최근 대출 규모가 늘면서 수신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높이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은행들이 전략적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이유로 예대금리차를 꼽는다.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를 낮추는 게 은행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채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7월과 8월 4대 은행이 가계대출에 적용한 평균 금리는 연 3.66~4.16%에서 연 3.66~4.14%로 상단이 0.02%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기 위해 수차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전략적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이 4분기에는 적극적인 영업으로 자산을 확대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내실을 다지는 시기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 관리 기조를 연말까지 가져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은행장 등 주요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며 “이런 외부적인 상황과 내부적으로 4분기가 영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정적인 시기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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