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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KT 낙하산’ 인공위성 팔더니 이번엔 통신망 분리?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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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종로구 케이티(KT) 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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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 KT 새노조위원장



또다시 케이티(KT)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한다. 이번에는 인공지능(AI) 전환을 돕는 회사(AICT)로의 변신을 내세우는 게 다를 뿐, 민영화 이후 반복해온 감원 우선 경영을 재현했다. 민영화 이후 케이티 경영진은 통신 분야 비용 절감과 비통신 분야 사업 진출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그런데 비통신 분야 진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아프리카 진출 사업은 르완다에서만 3113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천억원대 손실로 접었고, 2010년 9000억원을 들여 추진한 새로운 전산시스템 개발 사업과 전산통합작업(BIT) 사업은 최종 2700억원 손실로 막을 내렸다.



통신 분야 비용 절감을 하겠다며 국가 전략자산인 인공위성을 불법 매각했던 회장도 있었고, 통신장비를 아현국사 한 곳에 집중시켰다가 화재로 대규모 불통사태를 일으킨 회장도 있었고, 무리한 외주화로 전국 유무선 인터넷을 마비시킨 회장도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한결같이 경영 실책은 감추고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돌리며 대규모 감원을 밀어붙였다. 이석채 시절 5500명, 황창규 시절 8300명 등 늘 대한민국 대규모 구조조정의 새 역사를 썼던 게 케이티 아니던가.



이렇게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희생시켜 회사는 성장했을까? 이석채 이후 정치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들은 통신 전문가들을 홀대하며 탈통신을 외치고 비통신 신사업을 추진하며 케이티를 크게 혁신한 것처럼 떠들었다. 그러나 그 성과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냉정히 말해 신사업의 기반도 케이티가 보유한 부동산과 사통팔달로 뻗어있는 통신 관로 덕분이었다. 그런데 케이티의 원천적 경쟁력인 이 부동산과 통신 관로는 국민들로부터 받은 전화 채권과 각종 기부채납으로 확보한 자산이고, 그래서 케이티에는 늘 ‘국민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혁신한다며 국민이 만들어준 이 핵심 자산을 멋대로 팔아 재낀 이들은 다름 아닌 통신 문외한인 정치권 낙하산 최고경영자들이었다. 그 대명사 이석채 시절, 케이티의 무수한 부동산이 헐값에 팔려 나갔고 자칭 ‘혁신 전도사’는 음습한 채용비리로 감옥에 갔다. 그리고 마침내 김영섭이라는 또 다른 낙하산에 이르러 케이티 경쟁력의 원천이자 국민기업으로서의 사명인 그 통신망을 분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30년 동안 반복한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5만명의 노동자가 케이티를 떠나야 했고, 한때 삼성전자를 누르고 시총 1위에도 올랐던 케이티의 위용을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통신 맏형의 지위를 에스케이티(SKT)에 넘겨준 것은 오래전 이야기고, 심지어 막내로까지 내몰릴 처지에 빠졌다. 최근 통신 문외한 김영섭 사장 취임 이후 케이티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 3위 추락 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그 대책이랍시고 김영섭 사장이 꺼낸 것이 통신망 분리와 통신 인력 5700명 감축이고, 이는 100년 통신 명가의 사실상 해체라는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케이티는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민기업이다. 그리고 케이티의 통신 노동자들은 이 긴 역사의 증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 통신 역사의 산증인들이 통신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낙하산 경영진들에 의해 대규모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신들의 처지가 어찌 될까 불안한 와중에서도 케이티 노동자들은 이 무도한 구조조정의 귀결이 기억에도 생생한 아현국사 화재 사태와 같은 통신 불통의 재현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어쩌면 그 우려가 통신 노동자로서 우리 자신의 자존심일지 모른다. 그래서 묻는다. 통신 노동자는 케이티에서 일하면 안 되는 거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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