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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친한계 “공은 용산에”…윤-한 갈등에 당 혼란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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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7월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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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대통령실 만찬 회동’ 뒤 4주 만에 마련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차담’은 뚜렷한 결실 없는 ‘빈손 회담’으로 끝났다. 한 대표의 ‘독대 재요청’에 ‘비서실장이 배석한 차담’으로 응대한 윤 대통령 반응에서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다.



이날 차담이 끝난 뒤 박정하 국민의힘 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로부터 전달받아 언론에 공개한 한 대표의 요구사항은 애초 관측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관련 ‘3대 요구안’(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해소를 위한 절차 협조)에 ‘여야의정 협의체 조속 출범’을 재차 요구하면서 물가·금리 등 민생 현안 관련 협력을 다짐한 정도다. 검찰의 김 여사 불기소 처분 뒤 정치권 안팎에 불가피론이 번져가는 ‘특검’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관련 3대 요구안 가운데 관심을 끌었던 ‘의혹 해소를 위한 절차 협조’는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진행’이었다. 윤 대통령도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선 기자회견 등에서 긍정적 견해를 내놓은 전례가 있었던 만큼, 한 대표로선 처음부터 이 정도를 윤 대통령이 수용할 수 있는 ‘의혹 해소 절차의 최대치’로 생각했을 공산이 커 보인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 정도의 요구안에 대해서조차 뚜렷한 답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한 한 대표의 요구 자체를 탐탁잖게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실제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이른바 ‘김건희 관련 3대 요구안’을 다양한 경로로 공개한 것에 대해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한 대표의 거듭된 요구로 이뤄진 4주 만의 차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4월 총선 국면부터 이어져온 윤-한 갈등과 이로 인한 당내 혼란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의 핵심 측근은 “언론이 빈손 회동이라고 써도 틀리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대표 쪽 핵심 당직자는 “한 대표가 할 만큼 얘기는 다 했다. 공을 용산에 던졌다. 그게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이 계속해서 한 대표의 요구에 답을 내놓지 않으면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뜻이다.



친윤석열계의 이날 회동 전 움직임에서도 일전을 앞둔 ‘전열 정비’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 원내대표실에서 4선 이상 당 중진 의원들과 1시간가량 비공개회의를 열었다. 일정이 급하게 잡힌데다, 회동의 시점 자체가 주목을 끌었다. 이 자리에선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제나 ‘윤-한 갈등’에 대해선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나 ‘당정 협력’을 유난히 강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차담은 예정된 시각보다 24분이 지난 오후 4시54분에야 시작돼 81분 만에 끝났다.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전화통화,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 접견 등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대처하기 위한 외교 일정이 길어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회동 장면도 소박했다. 단체 식사용 테이블에 콜라와 아이스커피 등 마실 것, 간단한 다과를 곁들인 상차림이었다. 윤 대통령과 마주 앉은 한 대표 앞에는 미리 준비해 온 듯한 빨간색 파일이 눈길을 끌었다.



회동 전 양쪽은 만남의 형식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치했다. 한 대표 쪽은 줄곧 ‘독대’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식사 없는 ‘차담’ 형식을 제시하면서 참석자도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하는 ‘2+1’ 형태를 고수했다. 한 대표는 결국 박정하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며 물러섰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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