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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韓, 金여사 의혹규명 협조 요구에… 尹 ‘의혹들 허무맹랑’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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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빈손 면담]

金여사 대외활동 중단 건의엔 “이미 자제하고 있다”

‘여사 라인’ 인적쇄신 관련해선 “구체적인 잘못 없어”

용산, 공식발표 없이 “헌정유린 막기로 의견 같이해”

동아일보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내 야외 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 왼쪽에 이기정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보인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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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이에 따른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21일 회동이 끝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A4용지에 적힌 257자 분량의 짧은 메시지로 만남의 결과를 전했다. 회동에 배석하지 않은 박 실장은 한 대표로부터 구두로 결과를 전해 받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회동 뒤 주변 인사들에게 “필요한 얘기들, 할 말을 가감 없이 다했다”고 말하며 면담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대표는 앞서 밝힌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 사항을 조목조목 윤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3대 요구 수용을 최소한의 조건, 마지노선으로 제시해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요구에 부정적인 이유를 하나하나 거론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독대 요구를 둘러싼 갈등 끝에 어렵게 만났지만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각자 할 말만 한 채 합의문 발표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며 ‘빈손’ 회담에 그쳤다는 지적이 여당에서 나왔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면담에서 윤 대통령의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윤 대통령의 대답을 기다릴 때”라고 말했다.

● 3대 요구 사항 尹 사실상 모두 일축한 듯

박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 대표는 김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3가지 방안,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 활동 중단, 의혹 사항들 설명 및 해소 그리고 특별감찰관 임명의 진행 필요성을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실장은 “(윤 대통령의) 공감대 여부는 용산 대통령실에 확인해 달라”며 윤 대통령의 반응을 언급하는 것은 피했다.

대통령실과 여당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표가 내놓은 3대 요구 사항에 윤 대통령 역시 사항별로 부정적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김 여사 라인의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이들 인사에 구체적인 잘못이 없지 않나. 확인되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여사의 활동 중단에 대해선 “이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의혹 규명 절차 협조에 대해선 “현재 나오는 의혹들이 다 허무맹랑한 것들 아니냐”고 되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핵심 요구 사항을 모두 일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회동 전부터 측근들에게 특히 김 여사 관련 인사들의 인적 쇄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주변에 “대충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이 김 여사 문제 해소를 원하는데, 대통령과 반씩 주고받을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 역시 ‘한 대표의 3대 요구를 납득할 수 없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양측이 김 여사 리스크를 두고 해법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참모를 한 대표와의 정원 산책에 동행시킨 것 역시 윤 대통령의 의중을 보여준 것이란 해석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회동 전부터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사전에 예고한 것으로 읽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언론에 배포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사진은 대부분 윤 대통령이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예상된 회동 결과”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표의 김 여사 해법에 대해 대통령실이 계속해서 불쾌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친한(친한동훈) 진영의 인사는 “여당 대표가 계속해서 민심을 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실 “애초 합의 나올 면담 아냐”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통령실에 물어보라”는 한 대표 측 브리핑과 달리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대표의 3대 요구 사항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과 답변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회동 결과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정이 하나가 되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며 당정 화합을 부각시키려는 모양새다. 이에 여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하나 되자’는 말을 했겠나”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당초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인적 쇄신 등 3대 요구에 대한 시각 차가 큰 상황에서 면담을 통해 합의나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16일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당정 화합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있다’는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 측의 제안으로 이날 면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늘 면담은 사실 당정 관계 봉합을 위한 의무방어전 성격이 강했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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