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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단독] '정신질환 소년범' 받는 병원 전국 딱 한 곳… 그마저 상주 의무관은 한 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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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7호 처분 수탁기관 통계 확보]
대전소년원 외 수탁기관 없는 법원 많아
민간 참여 독려 어려워... 전담기관 필요
한국일보

촉법소년 범죄 문제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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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으로 인해 '소년원 수용'보다 '의학적 치료'가 더 필요한 소년범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책임질 소년의료보호시설은 사실상 전국에 단 한 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호시설마저도 담당 의사 수가 줄어, 치료가 필요한 소년범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소년 전담 의료기관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9월까지 전국 가정법원(서울·인천·수원·대전·대구·부산·울산·광주) 8곳에서 7호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 645명 중 절대다수인 604명(93.6%)이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에 위탁됐다. 7호 처분이란 열 가지 보호처분(1~10호) 중 정신질환이나 약물 남용 탓에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소년을 병원·요양소 또는 의료재활 소년원에 6개월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정신질환 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소년범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정원 80명의 대전소년원뿐인 셈이다. 소년재판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현장에선 과거에 비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소년범이 증가한 것을 체감하고 있지만, 정작 대전소년원에 자리가 없어 못 보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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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원인은 의료기관들이 소년의료보호시설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수탁기관과의 재협약도 쉽지 않다. 서울가정법원의 경우, 2019년 대전소년원을 포함해 9곳이었던 위탁기관은 지난해 3곳까지 감소했다. 부산가정법원과 울산가정법원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수탁기관이 대전소년원뿐이다. 집중 치료를 위해 전문 의료진이 상주하는 민간 병원이 더 적합한 소년범들이 있지만, 이들에게도 선택지는 대전소년원 하나뿐인 실정이다. 이 와중에 2020년 이래 2명으로 유지되던 대전소년원 정신과 의무관은 올해 1.5명(0.5명은 시간선택제 직원)으로 줄었다.

일선에선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처분을 받은 사람을 수용·감호·치료하는 기관)과 같은 형태의 소년전담 의료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판사는 "각 법원이 민간 병원을 접촉하고 개별적으로 참여를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특수한 의료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는 "실무상 대부분 대전소년원에 위탁하는 등 인적 여건과 물적 설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입법사항·예산 규모 등 검토를 포함해, 처분 집행기관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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