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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조원태 "난 100% 걸었다"…아시아나 합병때 내 마일리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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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9부능선



■ 경제+

“우린 100%를 걸었다.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은) 성사시킬 것이다.” 지난 6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역사가 짧은 국내 항공산업에서 항공사 간 합병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합병을 추진한 조원태 회장(사진)으로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특히 2020년 경영권 분쟁 당시 산업은행을 우호 지분(10.58%)으로 확보한 대가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넘어서려면 합병 자체보다도 그 이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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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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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선대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이번 인수합병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생전 조 선대회장은 후계자인 아들의 경영적 판단에 대해 언젠가부터 직접적인 코치를 삼갔다고 한다. 지난 4월 출판된 조양호 선대회장 평전엔 이런 구절이 있다. 조양호 선대회장이 2019년 병상에 있을 때 조원태 회장이 여느 때처럼 결재를 받으러 아버지에게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짧은 답장이 돌아왔다. “더는 내게 보내지 말고 네가 잘 판단해서 결정하거라.”

유럽·미국 승인 땐 4년만에 합병 완료

지난 3일 인천공항에서 티웨이항공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정기 노선 취항 행사가 열렸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결정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유럽경쟁당국(EC)이 양사 합병의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본부 매각과 유럽 4개 노선(바르셀로나,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이관이 모두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이 독일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약 한 달간 안정적으로 운항하면 EC는 늦어도 11월 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최종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국 법무부(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관련 독과점 소송을 진행하지 않으면, 2020년 11월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후 약 4년 만에 합병이 완료된다.

대한항공은 경쟁 당국의 심사가 모두 끝난 뒤 늦어도 12월 중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향후 2년 동안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자회사로 운영된다.

‘쎈 놈’만 살아남는 항공시장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나선 건 2000년대 이후 전 세계 항공시장이 거대한 규모를 앞세운 메가 캐리어(mega carrier)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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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항공사 간 합병으로 침체된 시장을 살리는 모델은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1978년 미국이 항공 자율화 정책을 세우면서 신규 항공사들이 난립하자 항공사만 100여 곳에 달했다. 2000년대 이후 고유가가 지속되고 9·11 테러(2001년)와 메르스·사스 등 세계적인 전염병까지 겹치자, 항공사 간 빅딜이 시작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8년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이다. 이 외에 아메리칸항공과 US에어웨이스(2013년), 유나이티드항공과 콘티넨털항공(2010년) 등의 합병이 이어졌다. 현재 델타항공은 매출액 기준 세계 1위 항공사로 성장했고,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델타와 함께 미국 3대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유럽 역시 2000년대 이후 항공사 간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2004년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항공사 KLM 합병이 대표적이다. 독일 루프트한자 역시 2005년 스위스항공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이탈리아 국영 항공사 이타(ITA)도 인수했다.

규모의 경제로 ‘승자의 저주’ 극복할까

2020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많은 이가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비율과 두 회사 간 중복 노선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합병을 통해 도약 발판을 마련한 미국 항공사들은 합병 당시 중복 노선이 크게 겹치지 않아 합병 이후 단시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중복 노선이 많고, 운항 시간대도 비슷하다. 인천발 뉴욕행 노선권의 경우 대한항공의 출발시간은 오전 10시, 오후 7시30분이고 아시아나항공의 출발시간은 오전 9시50분, 오후 9시로 서로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제선의 경우 LCC 자회사 노선까지 합치면 65개 노선이 중복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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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중복 노선을 줄이기보단, 운항 시간대를 조정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이럴 경우 새로운 시간대의 신규 수요뿐 아니라 중국·동남아 등 외국인 승객의 환승 스케줄도 다양해져, 환승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항공기 통합과 인력 운용도 합병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원태 회장은 “합병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해 왔다. 대한항공이 합병 이후 인력 운용에 참고하는 사례는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으로 보인다. 델타항공은 합병 후 2년간 노스웨스트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독자 브랜드를 유지했다.

합병 이후 대한항공은 200대가 넘는 항공기를 보유하는 메가 캐리어가 된다. 특히 세계적으로 신규 항공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를 활용함으로써 합병 효과를 즉시 누릴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한항공은 장거리 기단을 에어버스 A350과 보잉 787 항공기를 주력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 A350를 대한항공보다 먼저 국내 최초로 도입해 현재 장거리 주력기로 운영하고 있다. 합병 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A350을 미리 운영해 볼 수 있다. 또 통합 이후 여유 기재가 많아지면 리스 비용이 많이 들거나 기령이 오래된 항공기를 미리 반납하거나 매각해 기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재무 부담, 마일리지 통합…숙제도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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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으로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는 않다. 우선 대한항공의 단기 재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시급한 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작업이다. 지난해 말 1400%대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952%로 3000%에 육박한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선수금 증가로 부채가 늘어난 반면, 적자 누적으로 자본은 감소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올 연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부채비율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민감한 마일리지 통합도 아직 뚜렷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보다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도 양사 마일리지를 1대1 비율로 통합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안 쓴 마일리지는 재무제표상 부채로 잡히는 만큼 합병 전에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하도록 해야 유리하다. 하지만 마일리지 최대 사용처인 항공권 구매 자체가 어렵고, 사용 가능한 제휴처도 제한적인 만큼 대한항공이 이런 소비자 불편에 대한 개선을 빠르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비행기 좌석의 한계를 고려해도 마일리지 좌석이 너무 적다”며 “마일리지 보유 규모에 따른 사용처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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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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